[기자수첩] 편리함에 가려진 플랫폼 갑질

유현희 기자
입력일 2018-06-28 15:11 수정일 2018-06-28 16:01 발행일 2018-06-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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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희 생활경제부 차장

앱 하나로 호텔 예약을 하고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는 시대다.

간편하게 가격을 비교하고 서비스 품질에 대한 평가도 볼 수 있으니 편리하기 그지 없다. 이런 앱을 한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쓴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그 이면은 씁쓸하다. 중개업자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횡포가 도를 넘어서다.

자영업자들은 치솟는 임대료에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 배달앱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 배달앱이 등장하기 전보다 수익성도 크게 낮아졌다. 10년 가량 치킨전문점을 운영한 한 사장은 “순이익이 반토막이 났다”고 토로한다.

호텔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노후되거나 공실률이 높은 호텔의 경우 예약에 대한 주도권을 호텔 예약 앱이 갖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들의 객실 가격을 플랫폼 사업자인 호텔 앱이 정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심지어 호텔 앱들은 유사한 경쟁 앱에 제공하는 가격보다 할인율을 높일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자신이 만든 제품 가격을 제품에 대한 소유 권한 없는 플랫폼 사업자가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물론 플랫폼 비즈니스는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갑의 지위에 선 플랫폼 사업자들의 횡포는 산업의 근간마저 흔들 수 있다.

과도한 수수료와 일방적인 가격 책정에 사업을 접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결국 소비자의 선택의 폭도 줄어들게 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편리함에 도취돼 그들의 갑질을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볼 때다.

유현희 생활경제부 차장 yhh120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