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미투’ 외국인 기사, “김성룡 9단에 성폭행 당했다” 주장

남소라 기자
입력일 2018-04-18 15:29 수정일 2018-04-18 15:43 발행일 2018-04-18 99면
인쇄아이콘
2018041802109919040006[1]
김성룡 9단. 한국기원 홈페이지

바둑 해설가 김성룡 9단(42)이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됐다.

지난 17일 한국에서 활동중인 외국인 여성 프로기사 A씨는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에 과거 김성룡 9단이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A씨는 글에서 “지난 2009년 6월 5일 김성룡 9단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같이 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다가 술이 많이 마셨고, 그의 권유대로 그의 집에서 잠을 잤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고 그놈이 내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가 나를 강간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는 눈을 뜬 것이다” 라고 적었다.

A씨는 “일주일 뒤 김성룡이 술에 취해서 내가 사는 오피스텔 앞으로 찾아와 만나자고 했다. 몇 호인지도 물어봤다”며 “다행히 그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는 문을 잠갔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면서 아침이 되어서야 잠을 잘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김성룡 9단의 성폭행은 9년 전 벌어진 일이다.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이유에 대해 A씨는 “9년간 혼자만의 고통을 감내하는 동안, 김성룡은 바둑계에 모든 일을 맡으며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방송, 감독, 기원 홍보이사 등등. 나는 9년 동안 그 사람을 피해 다녔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요즘도 웃으며 인사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보면 그 날의 일 때문에 내가 얼마나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이 글을 보고 내 마음이 어땠는지 느꼈으면 한다. 그리고 오늘 나의 아픈 얘기를 꺼내는 것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려주고 싶었고, 누구도 나와 같은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고 밝혔다.

A씨가 김성룡 9단의 성폭행을 폭로하는 글을 게시한 뒤 한국기원은 같은 날 임시 운영위원회를 열고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2차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김성룡 9단의 지인은 성폭행 폭로에 대해 “합의하에 이루어진 성관계로, 성폭행은 아니었다”고 말했고, 김성룡 9단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해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소라 기자 blan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