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해운재건 정책, 규모보다 내실이 우선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18-04-05 15:17 수정일 2018-04-05 15:18 발행일 2018-04-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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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부 기자

“지난 정부에서 구조조정 실패 경험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부산신항 3부두에서 개최된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한 바 있다. 세계 7위의 규모를 자랑했던 한진해운은 정부의 구조조정이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한진해운의 파산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국내 해운업계는 오히려 구조조정 전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머스크와 MSC 등 선복량 300만TEU를 넘는 공룡 해운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일의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36만TEU에 불과하다.

지난해 현대상선의 북미항로 점유율은 5.8%를 기록했다. 한진해운이 존재할 당시 양대 국적선사 점유율(10.9%)의 절반 수준이다. 한진해운이 보유하던 물동량을 현대상선은 거의 흡수하지 못했다. 한진해운의 컨테이너부문만을 떼어 인수한 SM상선도 선복량이 5만TEU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도 화물을 다 채우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는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고 말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 국내 최대 규모의 해운사를 파산시킨 것이 글로벌 선·화주들에게 ‘한국 해운사들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각인시켰고,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간 ‘금융논리’에 치우쳐 해운업 부실을 더욱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는 오는 7월 설립 예정인 한국해운진흥공사를 통해 해운사들에게 신조 발주에 대한 선박금융 등 보다 구체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점점 거대·과점화되고 있는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보유는 분명 경쟁력있는 일이다. 그러나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선박 확대보다 그를 채울 수 있는 물동량의 안정적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지속적 지원이 이뤄져 국내 해운산업이 글로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전혜인 산업부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