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책성 보험 실패 되풀이하려는 정부

안준호 기자
입력일 2018-03-25 16:01 수정일 2018-03-25 16:04 발행일 2018-03-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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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안준호 금융부 기자

“보험시장에서 소외된 직군들을 위한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민간에 손해를 떠넘기는 식이 된다면 안 팔리거나, 상품이 없어지는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 

최근 만난 보험업계 관계자에게 고위험 직종 보험에 대한 의견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정부가 소방관·경찰관 등 고위험직군을 위한 보험상품 출시를 계획 중인 가운데 보험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엔 동의하지만 당장 출시부터 압박하는 방식으로는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사들로 하여금 고위험직군 보험 가입 현황을 공개하게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위험도가 높아 가입이 거절되거나 비싼 보험료를 내야 했던 고위험 직군들의 보험 가입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고위험직군 종사자들을 위한 보험상품 출시를 압박하는 조치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소방관·경찰 등 고위험직군 종사자들이 민간 보험에 가입할 때 겪는 불이익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관련 상품 출시에 미온적인 업계 반응도 나름 그 이유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기조에 따라 정책성 보험을 내놨지만 별다른 실효성 없이 끝난 경우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내놓은 ‘녹색 자전거 보험’, 박근혜 정부 시기 출시된 ‘4대악 보상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실효성 검토 없이 정부 기조에 맞춰 내놨다가 처참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정책성 보험들은 오히려 다른 보험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간접적 피해를 유발하는 부작용만 초래했다.

정말 고위험직군들의 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다면 보다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정책부터 발표하고 내용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안준호 금융부 기자 MTG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