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워라밸 스타트업, 인재 몰려간다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8-02-07 15:20 수정일 2018-02-07 17:03 발행일 2018-02-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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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산업부 기자

최근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 사이에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열풍이 거세다.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단축시켜,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숙박 앱 ‘여기어때’, 이사전문 스타트업 ‘짐카’, 인플루언스 마케팅업체 ‘스마트포스팅’, 셰어하우스 전문업체 ‘우주’ 등이 ‘주35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이외 출퇴근시간을 스스로 결정짓는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한 곳도 여럿 된다. 복지 수준 역시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매달 문화비를 챙겨주는 곳까지 등장하며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 같은 스타트업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은 업체에 대한 인식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스타트업은 열악한 근무환경의 표본으로 지목받았다. 일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는 ‘스타트업은 무조건 거르고 본다’라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잦은 야근과 휴일근무, 낮은 임금 수준으로 일할 만한 곳이 못 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러나 요 근래 스타트업의 위상은 180도 달라졌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서 열린 스타트업 채용 행사에는 무려 500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중에는 경력직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내외 대기업 등에서 근무 중인 이들도 적지 않았다.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상당 부분 해소됐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다.

이제 다음 단계는 ‘워라밸 문화’가 잘 안착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부작용에 대한 고민 없이 무리하게 직진만 고집할 경우, 자칫 ‘허울뿐인 제도’로 변질 될 수 있다. 실제로 연구개발(R&D) 등 일부 부서의 경우, 특정 시점에 장시간 근무가 불가피한 만큼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스타트업이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을 이뤄내기를 기원해본다.

한영훈 산업부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