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참사 들쑤시는 금배지들, 국회에나 있으라

한장희 기자
입력일 2018-01-29 16:13 수정일 2018-01-29 16:16 발행일 2018-01-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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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희 증명사진
한장희 정책팀 기자

제천 참사에 이어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29일까지 39명의 안타까운 국민들이 희생됐다. 여야 지도부는 앞다퉈 현장으로 달려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현장을 찾아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부족한 점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자리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이번 참사에서 자신들의 과오는 되돌아보지 않고, 서로 ‘네 탓’ 공방만 하는 모습에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억장은 또 한번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7일 합동분향소를 찾아 “제천 참사가 발생했을 때 소방특별점검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그랬다면 이런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아마추어여서 예방 행정을 모른다”고 참사 책임을 문재인 정부로 돌렸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쇼통’과 정치보복에 혈안이 된 이 무능한 정권이 국민의 기본적인 생명권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문 대통령은 사과하고 청와대와 내각은 총사퇴하라”고 힘을 보탰다.

여당인 민주당도 ‘네 탓’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추미애 대표는 “(경남의) 직전 행정 최고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고, 우원식 원내대표도 “지금 이 참사 앞에서 그런 소리나 할 때인가. 화재 예방에 꼭 필요한 경남지사를 뽑지도 못하게 꼼수 사퇴한 게 누군가”라며 홍 대표를 비판했다.

전직 경남도지사로서, 현재 여당으로서 양측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책임과 귀책사유가 있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유불리만을 따지며 다친 국민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 질을 하고 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밀양에 가지 말고 국회에 남아 지난 국회에 처리하지 못한 소방법 개정안에 누락된 부분은 없는지, 사각지대 없는 재발 방지대책은 없는지 고민했더라면 욕이라도 덜 먹었을 것이다.

한장희 정책팀 기자 mr.han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