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송계 상생 '단막극' 아니길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8-01-18 15:32 수정일 2018-01-18 15:35 발행일 2018-01-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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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기자

2018년 방송가의 대전제는 ‘상생’이다. EBS가 지난 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독립제작자들의 협력과 상생방안의 일환으로 독립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다큐 시네마’를 신설했다. 지난해 7월 아프리카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독립제작 PD 두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의 후속조치 격이다.

MBC도 방송계 갑질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MBC 최승호 사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독립제작사와의 상생을 위한 ‘콘텐츠상생협력위원회’를 구성하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내부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전체 현황을 파악한 뒤 처우 개선할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장 선임 전 해직 언론인 시절,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외주제작사와 협업했던 경험이 이런 결정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전언이다.

대형 지상파 방송사 사장들이 앞장서 이런 약속을 하니 반갑기 그지없지만 우려도 드는 게 사실이다. 방송업계의 노동구조는 카스트 제도처럼 겹겹으로 쌓여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다 못해 기자들이 매일 얼굴을 접하는 방송사 홍보팀 직원들도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계약직으로 구분돼 있다. 이를 한시에 뜯어고치기란 요원하다. 최승호 사장 자신의 말처럼 직종도 다양하고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많다. 이런 상황이 MBC만의 일이 아니라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최근 tvN ‘화유기’ 방송사고처럼 방송사의 자회사인 제작사가 다시 하청에 하청으로 돌려막기를 하거나 SBS ‘동상이몽’처럼 외부인력의 급여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tvN 홍보팀은 자회사의 문제라며 ‘나 몰라라’ 뒷짐을 졌고 SBS는 언론에 사과문을 냈지만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라도 방송사들이 문제의식을 깨달았으니 차근차근 방송계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할 때다.

조은별 문화부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