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파는 힐링이다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8-01-17 15:10 수정일 2018-01-17 15:10 발행일 2018-01-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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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문화부 기자

일각에선 ‘신과 함께: 죄와 벌’을 두고 신파라 평했다. 죽어서도 어머니를 생각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억지스럽게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자 관객들은 그 신파에 뜨겁게 반응했다. 누적관객수로는 ‘도둑들’(1298만명)을 넘어 역대 영화 흥행 5위에 올랐다.

그동안 신파가 비난받았던 것은 새로움으로 승부를 보려는 제작사의 잘못이 크다. 그들은 신파가 올드하다고 규정지으며 겉으로 세련돼 보이는 범죄, 액션, 스릴러 영화를 제작해 왔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제목 앞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그 뜻이 눈을 찌푸리게 하는 자극적인 장면이란 걸 알게 된다. 매순간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관객조차 이런 자극에 지쳤을 때 ‘신과 함께’가 등장한 것이다.

타인을 구하다 죽은 소방관의 희생, 어머니의 아픔, 동생의 억울한 죽음. 그런데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의 공식은 젊은 관객에게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전달했다. 중·장년층도 신파에 열광했다. 그 체감 온도는 현장에서도 느껴진다. 영화를 보러 들어가면 심심찮게 팝콘을 가슴에 품은 중장년 관객을 볼 수 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도 “특히 다른 영화보다 ‘신과 함께’를 보는 40대 이상 관객 비율이 높다”고 말한다.

신파 속에는 우리의 삶과 이어지는 보편적 감정이 있다. 간혹 진부하다 평가받기도 하지만 대중은 신파의 친근함을 잊지 않는다. 그 증거가 ‘신과함께’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17년만에 가족을 만나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이 개봉했다. 신파라는 평가에 주인공 이병헌은 “우리는 웃음과 감동을 주는 뻔한 공식을 여전히 찾는다. 이는 지나친 개인주의로 대화가 없어진 현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동민 문화부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