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리인상기 시험대 오른 한은

김진호 기자
입력일 2018-01-01 15:59 수정일 2018-01-01 16:00 발행일 2018-01-02 27면
인쇄아이콘
2016111701001203400054301
김진호 금융증권부 기자

“스스로 용기를 내고 한발 앞서 도전하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처럼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2018 무술년’ 새해를 맞이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임직원들에게 건넨 일성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각종 정책현안의 결정에서 늘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온 중앙은행에 ‘스타트업 기업’과도 같은 진취적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만큼 올 한해 한은이 직면한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셈이다.

한은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바로 기준금리 추가인상 이슈다. 지난해 11월 무려 6년 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긴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추가인상을 확실할 만한 여건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통화정책 운영의 핵심 축을 차지하는 근원물가는 주저앉는 양상이다. 작년 11월 근원물가는 1.2%로 목표치(2%)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물가’가 목표치에 부합하기만을 마냥 기다리기도 어렵다. 미국과 정책금리가 같은 수준인 상황에 미 연준이 올해 빠른 속도(3~4차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경우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자금 이탈 우려는 고조될 수밖에 없다.

또 여전히 높은 증가속도의 가계부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근간을 뒤바꿀 수 있는 가상화폐(암호화폐) 광풍도 한은이 직면한 과제로 거론된다.

이처럼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목표로 하는 한은은 올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각종 대내외 이슈를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중앙은행이 지닌 근본적 역할에 대한 의구심이라는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금융환경 속에서 금융시장 맏형인 중앙은행의 올해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김진호 금융증권부 기자  elm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