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암호문자' 은행 용어들, 쉽게 바꾸자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7-12-20 15:09 수정일 2017-12-20 15:10 발행일 2017-12-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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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남 금융부 기자

“DTI, DSR, ISA, IRP 등 용어가 너무 많고 어려워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은행업무와 관련해 털어놓은 불평이다. 은행업무도 봐야 하고 새로운 재테크 수단도 찾아야겠지만, 생소한 용어들을 접할 때면 지레 겁부터 난다는 것이 지인의 설명이다.

비단 기자가 만난 지인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을 찾고 나서 “이 용어가 무슨 의미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온갖 영어 약자에 한글로 풀어 써도 의미를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은행업무에 사용되는 용어들은 전문용어이며 국제적으로도 통용돼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곤 하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은행업은 우리나라 모든 국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업 중 하나다. 개인의 삶의 시간이 누적될수록 은행과 필연적으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려운 금융용어가 은행과 금융소비자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실제 올해 초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16년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금융상품 선택, 평소 재무상황 점검 분야 등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들이 금융소비자에게 좀 더 친절하지 못한 결과다.

또 카카오뱅크가 은행업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복잡하고 어려웠던 은행업에 ‘쉽고 간편함’을 입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은 어려운 금융용어와 작별을 고하고 금융소비자에 한발짝 더 다가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객중심’ 영업은 멀리 있지 않다. 그저 소비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은행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뿐이다.

이경남 금융부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