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140'자 폐해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7-12-04 15:44 수정일 2017-12-04 16:04 발행일 2017-12-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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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기자

“트위터에서 리트윗이 1000이면 학설, 2000이면 기사, 3000이면 진실이 됩니다.”

성범죄자 누명을 썼던 박진성 시인이 자살시도 전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박씨의 악몽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위터 상에서 한 미성년자의 폭로로 성희롱범으로 낙인 찍히면서다.

1년 동안 강간 등 혐의로 지루한 법정 싸움을 이어오다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 생활은 너덜너덜해졌다. 그는 지난 2일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긴 뒤 약물 과다복용으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인터넷상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셈이다.

인터넷의 눈부신 발달은 SNS라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사람들은 140자 메시지를 통해 광속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며 소통한다. 공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던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달되고 정보의 주체라는 자부심을 갖게 했다. 하지만 속속 등장하는 SNS의 폐해에는 속수무책이다.

인터넷 조리돌림은 가짜뉴스와 더불어 SNS의 대표적인 폐해로 꼽힌다. 240번 버스사건처럼 미확인 정보가 유통되면 평범한 시민이 ‘맘충’으로 몰리고 배우 유아인처럼 ‘한남’이 되기도 한다. 키보드 위의 손가락은 전광석화처럼 욕설을 배출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SNS상의 논란을 ‘이슈’라는 명목 하에 퍼 나르는 언론은 공범이다. 신생언론이 클릭 장사를 위한 어뷰징으로 SNS에 집착하면서 인터넷 뉴스는 정보가 홍수처럼 범람했다.

막스플랑크뇌공학연구소 장동선 박사는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정육면체 큐브에서 사람이 볼 수 있는 부분은 최대 3면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한낱 사물인 큐브도 모든 면을 볼 수 없는데 인간사의 모든 것을 140자로 정의할 수 있을까. 모두가 반성하고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다.

조은별 문화부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