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일상이 곧 경제학, 헬조선·갑질·수저론·영화 '곡성' 등으로 배우는 ‘경제학 위의 오늘’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7-03-24 07:00 수정일 2017-03-24 11:39 발행일 2017-03-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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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그리고 인간의 삶은 경제적 요인이 아닌 정치, 사회, 문화 등 비경제적 요인들의 상호작용 결과라는 데서 닮아있으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 정치, 문화는 물론 인간의 본성까지 경제학이 다루고 고려해야 할 분야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그런데도 경제학은 경제를 경제적 범주에 가둠으로써 인간의 삶까지 단순화시킨다. 

현실의 사람들은 전셋값, 월세, 월급, 실업, 물가, 빈곤 등에 관심을 가지는데 경제학은 이자율, 통화량, 수입과 수출, 공급과 수요 등을 다룬다. 경제를 단순하며 현실성도, 시의성도 떨어지는 책으로 배운 이들을 위한 책 ‘경제학 위의 오늘’이 출간됐다.

저자는 독일 브레맨대학교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수료한 후 스스로의 표현대로 ‘시간강사를 전전하다’ 영산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인 한성안 교수다.

아카데미즘을 기반으로 쉽고 대중적인 글쓰기로 네이버 파워블로거이기도 한 그는 ‘학문’이라는 우아함에 가려진 생생한 현실을 이야기하며 경제학을 논한다.

1장 ‘실업자는 놀고 싶어서 노는 사람들(?)’부터 ‘인간의 욕망은 절대 무한하지 않다’ ‘합리적으로 소비했다는 착각’, ‘아니 땐 굴뚝은 결코 하나가 아니다’, ‘노동의 가치는 경제법칙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꼰대와 매몰비용’, ‘풍요로운 엘리트와 빈곤한 대다수는 법칙인가’ 등 39장에 걸친 제목만으로도 2017년 대한민국의 사회, 경제, 문화 그리고 구성원의 삶이 보인다.

사도세자의 경제학으로 인간의 욕망이 무한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조영남의 위작 사건으로 ‘합리적인 소비’에 대해 논한다. 2007년 한화 김승연 회장의 맷값, 2014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2016년 정일선 현대BNG 사장의 140장 분량 ‘운전자 칙령’을 내세운 폭력적인 갑질 등으로 왕조자본주의를 비판하며 경제학에서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현재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의 ‘국민성장’ 경제전략, 나향욱 교육부정책기획관의 “대중은 개·돼지” 발언, 여타 작품들과는 다른 화법의 영화 ‘곡성’, 헬조선과 수저계급론, 알파고, 이상고온과 에어컨에서 발발한 전기료 누진세, 브렉시트와 보호무역, 광장의 촛불, 출산율 저하, 왕년의 운동권 출신 전문직 종사자들, 애국보수, 행동하는 가수 김장훈 등 모두가 알고 있는 사회, 문화, 정치적 소재는 찰떡같이 ‘경제학’으로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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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위의 오늘’|한성안 지음|왕의서재 출판|1만 6000원

저자는 각 장마다 프레임의 한계를 이야기하며 경제학에서 역사, 정치, 문화, 언론, 커뮤니케이션 등의 인문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파한다. 

특히 ‘나의 작은 송년회’라는 부제를 단 32장 ‘우리의 일상이 경제학이다’에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게 적혀있다.

인간을 ‘프레임적 존재’라고 표현한 저자는 유학했던 독일과 한국에 돌아와서 겪은 송년회, 그 모임에서 느낀 회의감으로 사회인을 잊고 자연인으로 회귀해 가지기 시작한 ‘작은 송년회’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대학시절 동아리 친구들인 J, Y, K 등은 정리해고의 격랑을 수차례 겪었는가 하면 동기들이 이사로 승진하는 사이 만년 팀장에 머물고 있으며 시간강사를 전전하며 교수들의 횡포와 경멸을 견디다 결국 자영업자로 전환해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위인전은 아니지만 모진 풍파를 거쳐 오늘날에 이른 이들의 삶은 비경제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경제학 그 자체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끌리는 소재의 장을 골라 읽어도 큰 무리는 없다. 스스로가 알고 싶고 관심 있는 소재를 골라 읽다 보면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저성장 사회와 4차 산업혁명, AI시대 등 경제학의 빅이슈에 대한 명쾌한 해석과 통찰이 우리 주변의 이야기처럼 이해된다. 1만 60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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