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크' 원·달러 환율, 안전자산 가격 급등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11-09 16:21 수정일 2016-11-09 17:23 발행일 2016-11-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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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위험자산 회피…신흥국 침체·환율 변동성 커져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사실상 승리하면서 원·달러 환율과 금 등 안전자산 가격이 급등했다.

금융시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당시와 비슷한 혼란과 충격에 빠져 들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4.5원 오른 1149.5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6.0원 내린 1129.0원에 개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후보가 플로리다·오하이오 등 주요 경합주(州)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에 한 때 1149.55원까지 치솟았다.

상승세를 탄 원·달러 환율은 장중 고점 1157.3원을 기록한 뒤, 차익실현 매물과 외환당국의 미세조정 등의 영향으로 1150원 중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장마감을 앞두고는 1140원 후반대로 상승폭이 줄었다.

다만 이날 환율 변동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가결된 지난 6월 24일보다는 크지 았았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엔화 가치도 급등세다.

이날 오후 12시 40분 현재 한국거래소(KRX) 시장에서 금 1g은 전날보다 3.96% 급등한 4만8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종가는 4만6990원으로 하루 만에 1880원이나 오르면서 하루 기준 가격 상승폭이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지난 6월 24일(2370원 상승)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123.71원, 원·유로 환율 1유로당 1294.11원으로 전일대비 각각 36.49원, 40.50원 상승했다. 미국 대선 여파로 주요국 통화 방향성이 달라져 환율 변동폭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단기충격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예측불가능한 돌발행동을 이어가는 트럼프의 정책 공약은 미국내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시장에서 리스크오프(위험자산 회피)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어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의 가파른 약세가 점쳐진다.

시장 관계자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 결과 영향으로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