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품은 KB금융, 한국형 BoA-메릴린치 도전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6-23 09:22 수정일 2016-06-23 09:22 발행일 2016-06-2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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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을 품에 안은 KB금융이 ‘한국형BoA-메릴린치’에 도전한다. 사진은 현대증권 사옥 전경. [사진제공=KB금융]

현대증권을 품에 안은 KB금융이 ‘한국형BoA-메릴린치’에 도전한다.

23일 KB금융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모델을 도입해 은행과 증권 부문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BoA는 지난 2009년 메릴린치 인수 후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룹의 WM 부문을 증권에서 총괄하고,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에 대한 은행과 증권의 협업을 강화하면서다.

이에 따라 BoA의 리테일 부문 비중은 2008년 73.3%에서 2014년 40.4%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WM과 CIB분야는 각각 점유율이 두 배 이상 늘어난 21.4%, 38.1%로 증가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에 힘입어 BoA는 당기 순이익은 2008년 40억800만달러에서 2014년 48억3300만달러로 급증했다.

KB금융이 BoA-메릴린치를 롤모델로의 전환을 선언한 건 국내 금융시장 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ㆍ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1분기 역대 최저수준인 1.55까지 떨어졌다. 지난 9일 기준금리까지 인하하면서 은행권의 NIM은 추가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

KB금융은 은행에 치중돼 있던 포트폴리오를 증권 등으로 다각화하고, 전통적인 리테일뿐 아니라 WM, CIB 등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전 그룹에서 차지하는 은행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67%였으나 인수 후 62%로 5%포인트 낮아졌다.

KB금융은 특히 현대증권ㆍKB투자증권ㆍKB국민은행의 자산관리 플랫폼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 ‘KB형 WM모델’을 구축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현재 KB그룹 내 16개의 은행-증권 복합점포에 더해 현대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95개 점포를 기반으로 이러한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투자은행 업무도 좀 더 강화한다.

현대증권은 주식자본시장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KB투자증권은 부채자본시장과 구조화금융(SF)에 각각 강점이 있다.

이에 따라 KB투자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DCM, ECM, SF 등 투자은행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파워 IB 하우스(Power IB House)’를 구축, 이를 발판으로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KB금융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리테일에 강점이 있는 KB국민은행과 IB에 강한 현대증권의 결합은 BoA- 메릴린치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판단해 롤모델로 삼았다”며 “대형증권사가 계열사로 들어온 만큼 고객에 대한 금융 서비스를 다양한 영역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