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깜짝 인하] 한은 금통위 '매파와 이주열의 변심'

최재영 기자
입력일 2016-06-09 13:57 수정일 2016-06-09 16:37 발행일 2016-06-09 3면
인쇄아이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기준금리를 현 1.5%에서 1.25%로 0.25%포인트 하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승범·이일형·함준호·이주열(한은 총재·의장)·장병화·조동철·신인석 위원. (사진제공=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를 결정하면서 12개월 만에 ‘비둘기파’(통화완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라고 밝혔다.

지난 5월 기준금리 인하가 소수의견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금통위에서는 이 총재를 비롯해 매파위원들 전체가 변심한 것이다. 한은은 이날 우리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금리 인하 배경으로 내세웠지만 일각에서는 기업구조조정 등 정부 정책의 ‘화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통위는 지난 4월 비둘기 성향이 강한 새로운 위원들을 선임하면서 금리 인하 신호가 강해졌다. 금통위는 이 총재를 비롯해 장병화 한은 부총재, 함준호, 신인석, 고승범, 이일형, 조동철 위원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신인석, 함준호, 조동철, 고승범 위원은 비둘기파, 이 총재와 장 부총재, 이일형 위원은 매파로 분류된다.

금통위가 비둘기파 성향이 강해지면서 시장에서는 5월 기준금리가 인하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내수가 완만하게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동결을 전격 결정했다.

금통위원들은 지난달 회의에서는 국제 경제는 물론 국내 경기에도 회복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에 공감대를 나타내면서 단 한명의 위원을 제외하고는 인상보다는 동결론에 동조를 했다.

이 때문에 이번 6월 기준금리 전격 인하에 금통위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인하론’을 외쳤던 전문가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금통위에서는 아무리 인하 요인이 많더라도 이 총재나 장 부총재 만은 매파적 성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는데 만장일치가 나온 것은 놀라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 한 것은 현 기조를 바꾸고 정부 정책에 뒷받침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정부와 한은이 추진하는 자본확충펀드 만으로는 구조조정의 큰 효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뒷받침 된다면 구조조정 효과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 부양책에도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통위가 비둘기 성향으로 돌아서면서 추가 금리 인하 신호도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6월 금리 인하가 현실화됐기 때문에 한 차례 더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가 불거질 수 있어 정부정책에 따라 금리인하 가능성도 더욱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에서는 경기부양책을 내놓고도 효과를 보지 못해 금리 인하를 주장해왔는데 하반기 정부의 추경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요구가 거세질 수 있고 한은 역시 똑같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