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은·輸銀 22조원 물렸는데 경영평가 최우수

사설
입력일 2016-05-30 15:09 수정일 2016-05-30 15:10 발행일 2016-05-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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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산업에 집중적인 대출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부실만 키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정부 경영평가에서 줄곧 최상위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엉터리 경영평가로 기관장은 거액의 성과급을 챙겼다. 어이가 없다. 금융당국이 국책은행 감독 책임을 방기(放棄)해 부실을 방치하고 구조조정의 때를 놓친 것에 다름아니다.

산은은 2009∼2015년간 7년 연속 경영평가 최우수 등급인 S와 A를 번갈아 받았다. 조선·해운업종의 부실이 급속도로 쌓이고 있을 때다. 수은도 지난해 B등급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A 이상이었다. 특히 2013~2014년 기간중 부실 기업에 산은과 수은의 대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두 국책은행이 부실 조선·해운사에 물린 돈은 산은 9조5000억원, 수은 12조8000억원 등 모두 22조원이 넘는다.

이들이 부실기업에 퍼주기식으로 국민 혈세를 쏟아붓는 사이 대우조선은 지난 3년간 5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감췄다가 뒤늦게 공개했고, STX조선에도 4조5000억원의 자금이 지원됐으나 결국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올들어서도 시중은행들은 STX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채권단에서 빠져나갔지만 산은과 수은은 계속해서 돈을 투입했다. 내부의 리스크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금융위원회는 두 국책은행의 자체 보고서만 검토해 등급을 매겨왔다. 제대로된 경영평가가 이뤄질리 없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평가시스템에 산은·수은의 무능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겹쳐 구조조정을 서둘러야할 기업의 부실규모만 더 늘려온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산은 회장은 성과상여금 1억8114만원, 수은 행장은 1억2680만원을 받았다. 정부가 그동안 국책은행의 부실 대출을 감시하기는 커녕 오히려 방조한 꼴이다. 국민 피해만 키운 것에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