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 헐값 35억원에 안방보험 품으로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4-07 10:18 수정일 2016-04-07 17:32 발행일 2016-04-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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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알리안츠그룹에서 1조원을 투자한 한국알리안츠생명이 불과 35억원이라는 헐값에 중국 안방보험에 팔렸다.

중국 안방보험그룹은 안방보험과 알리안츠생명이 6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300만 달러(한화 약35억원)의 가격에 합의했다고 7일 밝혔다.

애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2000억~3000억원에 비해 수십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1999년 제일생명을 인수해서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설립했고, 이 법인에 증자 등을 포함해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했으나, 사실상 투자금을 거의 다 까먹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16조6510억원으로 생명보험업계 11위에 해당하는 기업이 ‘헐값’에 팔려나가자, 보험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당장 알리안츠생명의 재무상황이 시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좋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수년간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고, 지난해는 8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자본잠식 상태여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9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15조7000억원으로, 총자산에서 차감하면 1조원이 남는다”며 “이는 최소 지급여력 유보치의 1.8배로 자본잠식 상태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확충이 필요하고 노조 문제와 영업부진 등 그동안 시장에 익히 알려진 것만으로도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안츠생명은 2007년부터 경영 개선 작업에 돌입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알리안츠노조는 성과급제 도입에 반발해 2008년 234일간의 장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가격 실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낮은 가격에 매각이 이뤄진 만큼, 독일 알리안츠그룹의 사정에 따른 결정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너무 낮은 가격이라 알리안츠생명만의 문제로 산정이 이뤄졌을 것 같지는 않다”며 “알리안츠그룹이 아시아 지역의 영업을 재조정하는 등의 전체 전략을 짜는 차원에서 낮은 가격에라도 ‘털고 나가려’ 한 것 아닐까 싶다”고 예측했다.

이처럼 알리안츠생명이 낮은 가격에 매각되면서 향후 시장에 매물로 나올 생명보험사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