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체감경기 최악, 투자·고용 쪼그라드는데

사설
입력일 2016-02-29 14:11 수정일 2016-02-29 15:06 발행일 2016-03-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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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의 체감경기가 7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2월 제조업의 업황BSI는 6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56)이후 최악의 수치를 보였다. BSI는 100보다 높으면 경기전망을 밝게 보는 기업이 많고 낮으면 그 반대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지표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내수기업보다는 수출기업의 업황BSI가 더 큰 폭 하락했다.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둔화,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국제유가 불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겹친 탓이다. 서비스 등 비제조업의 업황BSI도 64로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수출 부진 속에 그나마 내수를 떠받쳐온 건설·부동산 등이 담보대출 심사 강화에 따른 주택거래 위축의 직격탄을 맞아 급격히 악화됐다. 한국 산업 전반이 갈수록 부진의 깊은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경제여건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국내 주요 30대 기업들이 새해들어 2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올해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했거나 투자규모를 동결·축소하겠다는 곳이 2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투자를 ‘줄이겠다’는 곳이 5개, ‘동결하겠다’가 8개 기업이었다. 고용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30대 기업 중 12곳은 올해 채용규모를 정하지 못했고, 계획을 세운 18곳 중에서도 작년보다 더 많이 뽑겠다는 기업은 7곳에 불과했다. 경기부진과 투자 위축, 고용 축소의 악순환이다.

정부와 기업·정치권이 심각한 위기의 인식을 공유하고 경제활력을 살리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달리 방법이 없다. 일자리 창출의 원천인 기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 투자의 물꼬를 틔우고 구조개혁의 속도를 높여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정치권이 문제다. 국회는 한시가 급한 노동개혁 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처리를 언제까지 뭉개고 있을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