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기업부채 동향 감시 강화한다

이승제 기자
입력일 2015-09-02 15:03 수정일 2015-09-02 15:10 발행일 2015-09-0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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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기 부진과 미국 금리 인상 임박 등 대외적인 불안요인으로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기업부채 동향에 대한 감시를 한층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외적인 충격으로 기업부채가 급속히 부실해지면 금융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1일 17개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기업부채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이는 기업부채 문제가 아직 위기를 거론할 상황은 아니지만 부진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부실 업종을 중심으로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고려하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런 가능성에 대비해 주채무 계열에 대한 모니터링과 여신심사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은행권에 주문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경기 상황이 이어지면 조선 등 경기 민감 업종은 1∼2년 내 부실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는 등 진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연구원은 3일 기업부채 전반의 현황과 문제점, 구조조정 방안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업부채연구센터’를 발족한다.

이 센터는 연구원 내부 전문가들이 모여 현 기업부채 수준의 적정 여부와 문제점을 검토하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일부 한계업종의 부실이 커지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부진한 업황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조선업 등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만 위기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7월 중 대기업 대출은 179조5천억원으로 1천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558조7천억원으로 5조1천억원 증가했다.

이중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0%로 작년 동기 대비 0.24%포인트 떨어진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0.84%로 0.10%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13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금통위원들이 기업부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현재 우리 경제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해나가는 한편 그 과정에서 기업부실이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신중히 대비해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에 봉착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취약 대기업의 영업실적이 더욱 부진해지거나 이들 기업 회계정보의 신뢰성이 저하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대기업이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한국경제를 둘러싼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우선 기업부채 문제 전반에 걸쳐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해 볼 계획”이라며 “연구를 진행하면서 정책적 대안도 검토해 당국에 건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제 기자 opene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