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시장에도 없는 물량, 탄소배출권 급구!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5-02-02 18:32 수정일 2015-02-02 18:40 발행일 2015-02-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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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거래일 연속 매도물량 없어…배출권 사고 싶어도 못 사
기업들, 온실가스 과징금 1차 계획기간 12조원 물어야…정부 “대책 없어”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됐지만 기업들이 부족한 물량을 시장에서 구매하려고 해도 매도 물량이 없어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족한 물량을 채울 수 없다 보니 가만히 앉아서 3년간 12조7000억원을 과징금으로 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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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KRX배출권거래시장에 따르면 탄소배출권거래량은 최근 10거래일 연속 0t을 기록했다.

매도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첫 개장일인 지난달 12일 이후부터 1월말까지 거래된 물량은 총 1380t에 불과하다. 

이수재 한국거래소 탄소시장준비팀장은 “배출권 매도 물량이 없다보니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측을 못했다”고 밝혔다.

매도 물량은 없는데 국내 기업들이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동안 거래소를 통해 확보해야 할 배출량은 4억2300만t에 달한다. 기업들이 1차 계획기간에 신청한 물량은 20억2100만t이나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온실가스 배출량은 15억9800만t이다.

배출권거래시장을 통해 4억2300만t을 구매해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 하지만 거래시장에 매도 물량이 없다 보니 3년간 t당 3만원씩 총 1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감축이 불가능해 배출권거래시장을 통해 부족분을 채워야 하는데 물량을 구할 수가 없어 2억7000만t에 해당하는 8조원가량을 과징금으로 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래제가 시행되기 전에 대다수 기업이 물량이 부족하다고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했기 때문에 혹시 물량이 남는 곳이 있다고 해도 물량을 내놓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2000만t이 부족한 철강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거래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거래 물량이 없을 것을 예측해 정부에 문제점을 건의했는데 결국 이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시행되면서 거래시장에서 물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부족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1차 계획기간 동안 6000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은 다급한데 담당 부처의 대응은 안일하다.

담당 부서인 환경부 기후변화대응과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년도에 배출 물량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여유가 있어도 섣불리 팔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물량이 부족한 기업은 기업간 거래 또는 올해 부족분을 내년도와 내후년도 물량을 차입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의무감축량 경감 요구에 대해서는 “논의되고 있는 바 없다”고 답했다.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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