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플랜텍 살리기 뒤엔 '이상한 權 고집'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4-12-23 17:53 수정일 2014-12-23 19:28 발행일 2014-12-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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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네번째 유증 결정에 '방만투자' 논란
포스코가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부실 계열사를 매각하면서도 한편으로 또다른 부실 계열사에 대한 유상증자를 결정해 ‘방만 투자’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포스코는 “22일 이사회에서 설비 전문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의 경영정상화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238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8200만주 신주발행)에 참여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관계사인 포스코건설도 532억원(1700만주) 규모로 증자에 참여했다. 포스코플랜텍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액은 2900억원에 달한다.

당초 지난 12일 정기이사회에서 이 안건은 7명의 사외이사 중 일부가 거세게 반발해 보류됐다가 결국 이날 증자가 결정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권오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되면서 이사회 승인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이미 2010년 이후 세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 이상이 투입됐음에도 경영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2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012년에는 영업손실은 면했지만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0.9%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는 630억원 영업손실을, 올 1~3분기에도 누적 영업손실 60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00억원 넘게 증가했는데도 영업손실액이 전년동기 대비 170억원 가량 증가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회의적이다. 국내의 한 철강 애널리스트는 “포스코가 부실 자회사를 계속 정리하는 상황이지만 포스코플랜텍의 경우 실적을 쌓으려고 저가수주를 해왔고 그래서 실적이 안 좋아도 당장 매각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정상화시키겠다고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인데 잘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방만 투자 논란은 이번 증자 건만이 아니다. 3년간 적자에 시달려온 포스코타이녹스(포스코 태국 법인)와 최근 사고로 논란이 된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제철소 역시 부실투자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도 계열사 포스코엠텍이 철강 소재산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지난해부터 수십억원의 영업손실을 보기 시작했고 급기야 올해말을 기점으로 2000억원 규모의 도시광산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수입을 대체하겠다며 진행된 강릉 옥계 마그네슘제련공장 투자도 환경 문제 및 원가 측면에서 수입보다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가동을 중단했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재구구조 개선을 위해 철강 본업에 충실하겠다. 본사업과 관련이 적은 사업의 지분을 처분하고 방만 투자가 이뤄지지 않도록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포스코특수강, 포스화인 등을 매각하면서 한편으로는 매년 수백억원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포스코플랜텍에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다. 철강업계 한 전문가는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겠다면서 유상증자를 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해외진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보니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설비 부분을 강화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전망 좋은 화공플랜트 부분에 주력해 기업을 정상화하겠다는 포스코플랜텍의 자구안을 심사숙고한 결과 회사가 큰 부담을 갖지 않는 수준에서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라며 “현재 포스코플랜텍은 버릴 카드(매각 대상)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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