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위기 속 1%의 반란… 대기업 물들인 '핑크빛 인사'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4-12-02 18:41 수정일 2014-12-02 19:16 발행일 2014-12-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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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계 임원인사 풍속도

대기업들의 올해 임원인사가 빨라지는 가운데 여성 임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삼성, 롯데, 한화,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은 예년에 비해 1~2개월 앞당겨 진행했다. 이는 올해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부진해 분위기 쇄신차원 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올해 대기업 인사에서 여성 임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아직 국내 대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1%에 불과해 여성임원 할당제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대기업 사장단과 임원에 대한 인사를 앞당긴 기업과 그 이유, 임원으로 승진한 여성들은 누구인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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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들의 2015년 정기 임원인사가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여성 임원들의 승진 인사, 즉 ‘핑크빛 인사’가 관심을 끌고 있다.

2일 LG, 신세계, 코오롱, 이랜드 등 대기업들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정기 인사 발표에서 기업들은 여성 임원의 비중을 늘리거나 꾸준히 여성 임원을 승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임원 인사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이랜드 그룹과 코오롱 그룹이다.

이랜드 그룹은 지난 1일 2015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17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주목할 것은 신임 임원 8명 중 4명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승진 임원을 합칠 경우 그룹 내 여성 임원 비율이 28%에 달한다.

실제 이랜드 그룹 내 여성 임원 비율은 2012년 25%에서 2013년 26% 2014년 28%로 점차 올라가고 있다. 그룹 내 관리직 여성 비율도 45%에 달한다. 국내 대기업 여성 임원 비중이 1%대인 것과 비교하면 가히 여성들의 천국인 셈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학연, 지연, 성별에 차별을 두지 않고 철저한 성과주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여성들과 친숙한 이랜드의 사업영역, 그리고 술자리나 회식이 적고 정시퇴근을 하는 기업문화 속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자인 뿐 아니라 건설, 외식 등 다양한 분야에 여성 임원이 배치돼 있다 보니 이들의 안목이나 강점이 사업 곳곳에 반영돼 매출이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에도 여성 임원의 비율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오롱 그룹도 6년째 여성임원 등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2015년 코오롱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모두 31명이 승진 및 전보 발령된 가운데 김정림 코오롱인더스트리 럭키슈에뜨 부장이 상무보로 승진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010년 이래 매년 1~2명씩 여성 임원 신규 임용 및 승진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수영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발탁돼 코오롱그룹 최초의 여성 CEO가 탄생하기도 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김정림 부장 같은 경우 남녀를 떠나 성과와 능력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앞으로도 여성인력과 임원의 수를 꾸준히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모두 130명의 승진자가 있었으며 이 중 여성 임원 2명이 배출됐다. 신세계그룹도 67명에 대한 정기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2명의 여성 임원이 배출됐다. 이로써 신세계그룹에는 전체 임원 120명 중 10명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들이 과거와는 달리 여성들을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고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러한 인사가 제스처나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정부 정책이나 제도적인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구체적인 목표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꾸준히 시행한다면 장기적으로 여성 임원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말이다.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아직도 국내 대기업 여성 임원 비율이 1%대에 불과하다”면서 “이랜드나 코오롱의 경우는 독특한 사례일 뿐 나머지 기업들에게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여성임원 할당제가 가장 확실한 방안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무엇보다 임원 전 단계에 있는 관리자급의 여성 인력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임원할당제는 지난 2003년 노르웨이가 최초로 시작한 이후 프랑스와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등이 도입했다. 스위스도 상장 대기업 임원 및 고위관리직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는 할당제를 추진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2013년부터 중간관리자급 여성인재풀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단계적으로 중간여성인력을 늘려나가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2010년 9%였던 과장급간부이상의 비율이 꾸준히 늘어 지금은 20%대에 달한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의 경우에도 2000년대 초반부터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의무적으로 여성인력을 30% 이상 뽑는 등 여성인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오롱 그룹 관계자는 “여성멘토링 제도 시행이나 임산부를 위한 주차공간 마련 등 여성들이 꾸준히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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