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의 그늘' 은행 예대마진 줄어 수익성 악화 심각

유승열 기자
입력일 2014-11-27 18:54 수정일 2014-11-27 19:54 발행일 2014-11-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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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2% 기록…수익내려 박리다매 대출
부실대출로 건전성 악화 우려…대출연체율도 상승

저금리 기조에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예대금리가 동반 하락하면서 은행들의 기본 수익인 예대마진이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대출 증가로 이자수익은 선방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대출만큼 연체도 증가하고 있어 부실화 우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4면-원화대출-수정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대마진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은 1.82%로 전월대비 0.04%포인트 축소됐다.

신규취급액 예대마진은 2012년 말 1.74% 2013년 말 1.85%를 기록한 이후 올 들어 1.8%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7월 1.9%로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8월 1.82%, 9월 1.86%로 등락을 거듭했다. 은행들의 잔액 기준 예대마진은 2.39%로 0.05%포인트 줄어들었다.

잔액 기준 예대마진은 지속 감소세를 보였다. 2012년 말 2.61%에서 2013년 말 2.53%를 기록한 이후 지난 2월 2.54%에서 6월 2.49%로 2.4%대로 내려온 후 계속 축소된 모습을 보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낮추면서 예대금리가 동반 하락해 예대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대마진이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은 ‘박리다매’식 영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저금리로 은행 대출금리가 하락하면서 고객들이 그나마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즉 이윤이 적은 대신 많이 팔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침으로 인해 관련 대출상품의 판매가 눈에 띄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10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채권 잔액은 1242조5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5조원(1.2%) 증가했다. 이중 가계대출은 506조7000억원(잠정)으로 6조4000억원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에 주택담보대출이 354조1000억원으로 5조5000억원 급증했다. 이로 인해 10월 서울시아파트거래량은 1억9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4월 1억2200건 이후 6년만에 최고치다.

기업대출은 대기업대출이 181조4000억원으로 2조9000억원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523조8000억원으로 6조원이나 늘어 전월(2조8000억원)대비 증가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결국 이는 순이자마진(NIM)의 치명타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은행들이 주택관련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25%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점과 은행 간 경쟁요인 등을 고려하면 예대마진의 추가 하락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4분기부터 시작될 은행 NIM의 하락세는 내년 1분기나 2분기까지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많이 받은 대출 물건 중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불량 물건으로 인해 건전성에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 은행 대출 연체율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10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90%로 전월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65%로 전월대비 0.06%포인트 상승했으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54%)의 경우 전월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1.09%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1.21%로 0.07%포인트 오른 것이 주요인이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만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날로 악화하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감안해 수익과 관련한 비즈니스는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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