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나온 목돈, '세테크'로 몰린다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4-11-26 19:07 수정일 2014-11-26 19:15 발행일 2014-11-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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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거래금지'로 보험·금 불티<BR>투자처 못 찾은 서민은 정기예금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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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거래를 금지한 개정 금융실명제법 시행을 앞두고 비과세보험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에 맡겨둔 돈을 찾아 비과세 보험과 금 등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자산이나 금융상품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은 8월 2651억원, 9월 2823억원, 10월 3526억원으로 하반기 들어 점차 늘고 있다.

이는 29일부터 시행되는 금융실명제 개정안으로 차명거래 전면 금지를 위한 처벌 기준이 강화돼 기존의 차명계좌에 예금해 놓은 돈을 빼내 세금 부담이 없는 투자처로 돈을 이동시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실명제가 강화되면서 증여세 감면 한도인 5000만원 이상의 성인자녀 명의 예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객 문의가 은행 등 금융권에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자산인 저축성보험의 경우 단기자산인 은행 예금금리에 비해 일반적으로 이자가 높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11월을 기준 상위 5개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은 2% 초반대고 보험사의 연금상품 공시이율은 3% 중반이다.

자산가들은 종신보험이나 변액유니버셜 등 장기보험 상품에 들어 이자소득세나 상속세를 피하거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시납 상품 위주로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시 보험금이 나오는 종신보험의 경우 수익자를 자녀 명의로 가입해 놓으면 미리 상속재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 저축성보험은 5년 이상 납입 10년 이상 월납으로 유지할 때 한도 제한 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저축성보험 인기가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비과세보험뿐 아니라 대표적 ‘세테크’ 품목인 금, 은 등으로도 쏠리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1㎏당 5000만원가량인 골드바 판매량은 지난 1월 68㎏에서 지난달 말 132㎏까지 늘었다. 실버바의 인기도 급상승해 지난 4월 470㎏이던 판매량이 5월 740㎏으로 뛰더니 지난달에는 980㎏을 팔아치웠다.

반면 서민들은 정기예금으로 몰리는 추세가 완연하다. 올해 10월 말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562조원으로 4월 말 555조2000억원에 비해 6조8000억원가량 늘었다.

저금리 장기화로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 초반까지 떨어졌음에도 뚜렷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서민들이 정기예금에 의존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고액의 예금 총액이 줄고 있는 반면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증가한 것을 보면 소위 자산가로 불리는 일부 계층의 돈만 바쁘게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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