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서태지의 인생 2막…"딸과 들을 수 있는 음악 하고 싶었다"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4-10-21 05:54 수정일 2015-01-05 18:05 발행일 2014-10-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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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내 뮤즈…아내도 컴백 공연 지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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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서태지가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진행된 9집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딸과 함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죠.”

‘문화대통령’ 서태지가 득녀와 동시에 음악인생 2막을 시작했다. 5년만에 발매된 서태지의 정규9집 ‘콰이어트 나이트’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들을 수 있는 한 권의 동화책이라는 콘셉트로 구상됐다. 서태지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진행된 9집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앨범은 딸과 함께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고 정의하며 “딸이 내 음악의 뮤즈가 됐다”고 ‘딸바보’ 면모를 드러냈다. 아빠가 돼서일까. 그는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노래들의 표절시비 등에 대해서도 웃으며 답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9집은 어릴 때 지내왔던 이야기부터 아버지가 되면서 느낀 감정까지를 담았다. 아이유와 함께 부른 ‘소격동’은 과거 내가 거주했던 동네다. 내 집에서 바로 쳐다보면 보안사가 있고 민방위 훈련하면 탱크가 청와대 앞으로 지나가곤 했다. 검문검색도 많았다. 아름답고 예뻤지만 살벌했다. 그런 시대적 배경을 음악에 담았다. ‘크리스말로윈’은 ‘울면 안돼’라는 캐롤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세상은 우리가 꿈꿨던 모습과 다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인티스 아이콘’은 (내 딸에게) 아버지가 예전에 이랬던 사람인데 지금은 이렇다고 말하고 싶었다. 마지막 트랙 ‘성탄절의 기적’은 딸을 위한 태교음악이었다. 전반적으로 9집은 내 딸 삐뽁이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 딸은 강렬한 영감을 준 뮤즈다. 앨범 재킷의 소녀는 딸이 6~7세가 됐을 때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서태지 하면 따라오는 수식어가 ‘신비주의’다. 이번 앨범을 발표한 뒤에는 다소 다른 홍보 방식을 택했는데 가정을 이루고 난 뒤 변화인가?

맞다. 확실히 가정이 생긴 뒤 행복한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런 느낌이 음악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나를 향해 ‘신비주의’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나조차도 신비주의의 정의나 내가 신비주의인가 고민해 본적이 없다. 5년 동안이나 노출을 안하고 산 것은 내 작업방식의 문제다. 나도 마음 같아선 매년 음반을 내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나를 알리기보다는 음악으로만 표현하고 싶다. 다만 9집 앨범은 대중적인 음반이라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기에 활동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9집 앨범 수록곡을 선공개하며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멤버였던 양현석의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과 맞붙게 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양군(양현석의 애칭)이 성공한 부분에 대해서는 뿌듯하고 기쁘다. 예전에 같이 활동했던 동료들이 다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공교롭게 악동뮤지션과 앨범 활동이 겹치게 됐는데 나도 ‘공교롭게’라고 생각한다. 워낙 가수가 많고 여러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니 어쩔 수 없는 부분 아닌가.

-앨범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예전같지 않다. 컴백 콘서트 때도 빈자리가 보여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팬들 반응은 예전과 비슷한 것 같다. 음원순위도 오히려 기대를 안했는데 8집보다 순위가 높은 편이다. 그렇게 많은 일들 (이혼 및 결혼)이 있었는데 항상 공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지금도 콘서트 때를 생각하면 울컥한다. 이번 음반이 대중에게 어느정도 어필할 지

모르겠지만, 아이유 덕분에 ‘소격동’도 롱런하고 10대들도 내 음악을 관심있게 듣고 있다. 아이유를 업어주고 싶다.(웃음) 그리고 음악은 성적보다 좋은 음악, 나쁜 음악으로 평가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학교 다닐 때도 등급 나누는 걸 싫어해 자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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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는 9집 앨범 작업 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으로 딸을 꼽았다. 앨범재킷 역시 딸의 6~7세 때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표절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표절 얘기는 오래된 얘기다. 3집 ‘교실이데아’ 때 불거졌고 ‘컴백홈’ 때도 ‘사이프레스힐’의 창법을 따라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난 알아요’도 표절 얘기가 많은데 답부터 말하면 표절은 아니다. 과거에는 방송에서 표절시비를 해명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해명이 불필요한 것 같다. 표절여부는 본인 스스로 판단하고 인정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 설명하려면 하루종일 강의를 해도 끝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을까.

-서태지하면 ‘문화대통령’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故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대통령이 존경하는 문화대통령”이라고 표현해주셨는데 과분하고 자랑스럽다. 하지만 족쇄같기도 하다. 과연 내가 문화대통령으로서 장기집권 중인지, 이미 누군가 그 타이틀을 가져간 것인지 알고 싶다. 나는 뒤에서 선배로서 후배가 ‘문화대통령’ 타이틀을 가져간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싶다. -컴백 콘서트 때 아내 이은성이 지켜본 것으로 아는데 어떤 조언을 해줬나? 특별한 반응은 없었고 몇가지 지적들을 해줬다. 100점 만점에 7~80점 정도라고. -이슈로는 대중음악계를 주도하고 있다. 여전히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이유가 뭔지, 악플 대처 비법이 있다면? 중심에 서 있는 것 맞나?(웃음) 중심이 아닐 수 있겠지만 내 음악을 오래 좋아한 팬들과 아주 오랜 옛날부터 활동한 안티팬들은 내가 음반만 내면 콜라보레이션을 이룬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기 의견을 막 얘기하는 것은 괜찮다. 실제로 내 음악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악플은 너무 오래된 부분이다. 과거에는 언론과 부딪혔는데 2000년부터 안티사이트가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 부분이 오히려 나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특히 9집 앨범 전 내가 여러 가지 떡밥의 진수성찬을 던지지 않았나(웃음) 그러나 중요한 건 음악이고 나머지는 가십이다. 지나가면 잊혀질 일들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이런 관심 덕분에 조금이라도 내 음악을 들어본다면 나는 (안티팬도) 얼마든지 환영이다.

-서태지에게 90년대란?

서태지 시절은 90년대 들어 끝났다. 그 뒤 마니아틱한 음악만 하다보니 미안한 마음도 있다. 내 음악을 어렵다고 안 듣는 팬이 늘어났는데 막을 수 없는 없는 노릇이다. ‘나인티스 아이콘’에 내 진심이 담겼다. 나이가 들면서 과연 90년대처럼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작업하면서 매일 ‘안 되는구나’ 좌절했다. 주변으로 밀려나는 느낌도 들었고...팬들한테 그런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더 소중한 추억이 우리한테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