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성범죄 처벌강화·악플규제… 숙제 남기고 떠난 구하라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9-11-29 07:00 수정일 2019-12-06 08:26 발행일 2019-11-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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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하늘의 별이 된 구하라, 구하라 사망으로 성범죄 양형기준 재정비 목소리 높아져
전 남자친구 최모씨, 동영상 촬영 무죄판결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 커져
악플 및 어뷰징 업체 활용한 유력 매체, 포털사이트도 책임 커
강남성모병원에 마련된 고 구하라 빈소<YONHAP NO-3474>
가수 구하라 영정사진 (사진공동취재단=연합)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고 울부짖던 그녀는 끝내 절친의 곁으로 떠났다. 빈자리에는 성범죄 처벌 강화 및 악성댓글 규제 등 숙제만 쌓였다. 지난 24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가수 구하라(28)의 이야기다.

구하라의 사망은 그의 절친인 설리(본명 최진리·25) 사망 후 불과 42일만에 벌어진 일이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구하라 역시 설리처럼 악플과 악성루머에 시달렸다. 지난해 9월 전 남자친구 최모씨와 폭행시비로 법적공방을 벌이면서 성관계 동영상 유출 협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구하라 동영상을 의미하는 ‘리벤지 포르노’나 ‘구하라 동영상’이 상위권에 올라오는 등 2차 피해는 갈수록 심해졌다. 협박 피해자지만 보호받지 못한 구하라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고 불안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올 초에도 한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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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의 비극적인 선택으로 가해자 중심인 성범죄 양형기준이 재정비될지도 관심사다. 그의 사망 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가해자 중심 성범죄 양형기준을 재정비해주세요”란 글이 올라와 22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정작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재판장 오덕식)은 최씨의 상해·재물손괴·강요 및 협박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지만 동영상 촬영 혐의는 무죄판결을 내렸다. 양측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성범죄 양형 기준 재정비 문제를 비롯해 악플과 이를 고스란히 중계하는 어뷰징 업체 퇴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유력 언론사들은 실시간 검색어를 ‘장사’하는 어뷰징 업체와 계약을 맺어 트래픽을 올리는데 활용한다. 이들 업체는 연예인의 SNS나 실시간 검색어, 포털사이트 댓글 등을 취재 없이 생중계한다. 독자는 유력 매체의 표피를 쓴 어뷰징 업체의 기사를 기자가 쓴 것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모두 트래픽 장사에 혈안이 된 언론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더불어 어뷰징 업체를 차단하지 않은 채 단순한 연예 기사 댓글 폐지로 할 일을 다 했다며 손 놓고 있는 포털사이트 역시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오늘도 어떤 청춘은 악플로 시퍼렇게 멍든 속을 부여안고 잠 못 들지 모를 일이다. K팝 산업이 승승장구할수록 그늘도 커져가고 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