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누비는 초격차 경영…이재용, '뉴삼성' 공격 투자 열매 맺나

박철중 기자
입력일 2023-10-29 06:58 수정일 2023-10-29 09:09 발행일 2023-10-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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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건설현장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 제가 그 앞에 서겠다.”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전한 취임 일성이다.

현재 삼성은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반도체 한파 속 그 어느 때 보다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 회장이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도 현재 진행형이다. 재계는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뉴삼성’ 비전 구체화로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 넘다)를 완성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의 적자로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6402억원, 6685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이 14조원대였던 것과 비교해 각각 95% 안팎 급감한 것이고,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그나마 최근 발표한 3분기 잠정 영업이익(2조4000억원)이 상반기 대비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는 것이 위안거리다. 하지만 이 또한 전년 동기보다 77.9% 줄어든 것으로 여전한 혹한기다.실적 하락의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 IT 수요 감소로 메모리 가격 하락과 재고 급증이 지목되고 있다. 설상가상, 미중 패권경쟁이란 직격탄까지 덮친 최악의 상황이다.

이제 이재용 회장과 삼성 앞에는 주력 반도체 사업의 위기 극복과 함께 미래 신사업 육성이란 묵직한 과제가 남겨져 있다.

삼성은 틈나는 데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 의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7년 9조원를 들인 하만 인수가 최신 버전이다. 업계는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초격차’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M&A를 기대하고 있다.

사법 리스크도 이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과 회계 부정 지시 혐의로 4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취임이 발표된 지난해 10월 27일에 재판정에 출석했고, 1주년이 되는 당일에도 재판이 있다. 매주 열리는 재판 출석은 장기 해외 출장과 경영 일정에 발목을 잡는다. 1심 결과가 빠르면 연내 나올 수도 있지만, 오히려 사법 리스크가 재부각될 우려도 있다.

최근 삼성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를 맞아 ‘신경영’을 재조명하며 분위기 쇄신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한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삼성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닌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할 수 있다고 해서 너무 많은 산업에 진출해서는 안 된다”며 “자원이 많아질수록 여력이 커지지만 그중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디지털 경영, 개성 경영, 콜라보 경영, 인권 경영 등으로 미래 세대에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2의 신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한 연말 고강도 인사가 단행될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예년처럼 12월 초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반도체와 가전 사업 등을 중심으로 인적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2년이 지난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의 ‘투톱’ 체제가 유지될지도 관심사다.

박철중 기자 cj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