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머리규제가 기업생존 위협… ‘규제입증책임제’ 정착돼야”

박기태 기자
입력일 2023-07-25 09:10 수정일 2023-07-25 10:37 발행일 2023-07-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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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규제혁신포럼 개최… 기업·시장 중심 규제현안 논의
“기존 부처자율방식 규제개선은 한계…‘우문현답’式 접근 중요”
대한상의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25일 열린 ‘제1회 규제혁신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시장규제지수(PMR) 기준, ‘규제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민간심사 방식의 규제입증책임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PMR는 OECD가 1998년부터 발표하는 규제강도지수다. 우리나라는 첫 조사 이래 25년간 38개국 중 규제강한국가 9위 안에 들었다. 최근 2018년 조사에서는 규제강한국가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제1차 규제혁신포럼’을 열고, 기업·시장 중심의 규제 현안과 대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대한상의 규제혁신포럼은 민관협력 강화와 규제개선 체감도 제고를 위해 기업의 시각에서 규제현안을 논의하고 실효성있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날 포럼에는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정동창 대한석유협회 부회장, 최규종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회장, 김정회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회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이광영 한국철강협회 전무,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 등 주요 협단체 임원이 참석했고, 강영철 KDI(한국개발연구원) 초빙교수와 원소연 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장이 발제를 맡았다.

원소연 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장은 주제 발표에서 “현실에 맞지 않거나 비합리적인 규제가 경영 활동을 제약하고 기업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규제의 취지와 필요성이 있더라도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게 되면 기업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업역 경계가 허물어지는데도 낡고 과도한 규제로 새 비즈니스 기회가 시작부터 좌초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주제 발표자인 강영철 KDI 초빙교수는 “지난 25년간 규제개혁으로 입증된 팩트는 규제공무원이 현장을 잘 모르고, 강력한 조정자 없인 미세조정에 그치며, 진짜 중요한 규제는 중장기검토로 퉁친다는 것이었다”며 “현장을 모르고 만든 ‘책상머리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식 접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부처 자율식 규제개선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민간이 개선 대안을 마련해 제안하면 부처가 규제 존치 필요성을 입증하고 규제개혁위원회가 최종 조정하는 민간 심의형 규제입증책임제를 제안했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도 “기업 현장에 규제 애로 건의가 계속 쌓이고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정동창 대한석유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친환경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대응 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규제로 어려움이 많다”고 했고,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정부가 보다 강력한 의지로 규제 혁신 의견을 신속 처리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대한상의는 협회·단체별로 ‘킬러 규제’ 개선과제를 모아 필요시 공동명의로 건의서를 작성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포럼을 주재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업들은 규제를 흔히 말하는 ‘손톱 밑 가시’가 아니라 ‘목에 들이댄 칼날’처럼 느끼고 있다”며 “기업 현장 중심 접근과 신속한 개선, 도입 취지를 살린 규제입증책임제 정착 등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향후 입지와 환경, 신산업 등 주요 분야별 규제 현안과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포럼을 연속적으로 개최해 기업 현장의 규제 애로와 대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