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노란봉투법, 사실상 손배 봉쇄… 무법천지될 것”

박기태 기자
입력일 2023-07-11 14:30 수정일 2023-07-11 14:30 발행일 2023-07-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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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개최… 학계도 “문제 많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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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6월26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7·12 정권 퇴진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노란봉투법 입법과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불법행위와 손해가 명백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봉쇄하는 결과로 이어져 산업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입니다.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는 붕괴되고,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쓸리게 될 것입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11일 열린 ‘노동조합법 제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복면을 쓰거나 폐쇄회로TV(CCTV)를 가리고 불법 쟁의행위를 하는 우리 현실에서 조합원 개개인의 손해에 대한 기여도를 개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종국에는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봉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란봉투법에는 합법 파업과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파업 등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의 손배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노란봉투법을 ‘합법 노조활동 보장법’이라 지칭하며 이번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에 따라서도 사용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으며 그에 따른 피해가 아무리 크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면서 “최근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조 및 조합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손배 청구를 인용한 전체 금액의 98.6%가 위력으로 사업장을 점거하는 손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합법적인 노조 활동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란봉투법은) 도급이라는 민법상 계약의 실체를 부정하고,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원청을 노사관계의 당사자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원청 기업들을 상대로 쟁의행위가 빈번히 발생한다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는 붕괴될 것이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아울러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부당해고, 해고자 복직과 같이 사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부터 기업의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고도의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쓸리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우리나라 노동법제의 특수성을 반영해 원청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무리한 사용자성의 확대는 사용자 측에 대해 일방적으로 불측의 손해를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정 교수는 또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노동쟁의의 대상이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권리분쟁과 정치·사회적 사안까지 확대될 수 있어 산업현장의 노사관계는 한층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노동쟁의의 대상이 이익분쟁 뿐만 아니라 노동위원회나 사법기관에서 해결돼야 할 해고와 같은 권리분쟁까지 노동쟁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어 사용자 경영권의 본질적 사항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개별의무자별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 책임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노란봉투법 규정은 우리나라의 쟁의행위 실태와 법현실을 외면하고 공동불법행위 법리 및 규율체계에도 위배되는 매우 중대한 문제가 있는 입법”라고 꼬집었다.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제한은 상대방의 권리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것으로 피해자의 손해를 전보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대안 없이는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다수 행위자의 귀책사유나 기여도 크기를 확정하기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책임 개별화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준희 교수는 “일반 조합원인 개별 근로자라 하더라도 노조법에 의하지 않은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주도적인 역할을 함께 했다면, 불법행위의 성립과 발생한 손해 전부에 대한 부진정연대책임을 인정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