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사퇴 후폭풍…전직 여야 “중요 외교일정 앞두고 교체 우려스러워”

정재호 기자
입력일 2023-04-01 09:34 수정일 2023-04-01 09:34 발행일 2023-04-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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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사퇴 이유, 국민들이 납득 못해 추측성 이야기들 더 난무해”
홍일표 “국민 볼 때 미덥지 못한 인사조치 되풀이해서는 안 돼”
이목희 “특별한 사유 없이 외교안보 책임자 바꾸는 건 상식적이지 않아”
김형주 “대통령 요구 잘 따르는 인사만 살아남는 분위기 노골화돼”
국무회의 참석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국무회의 참석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연합)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현재를 지난날과 비교하며 지적할 때 자주 붙이는 말이다. 이를 온라인상에서는 ‘나 때’와 발음이 유사한 ‘라떼’라고 부른다. 브릿지경제신문은 매주 현 21대 국회 최대 현안에 관해 지금은 국회 밖에 있는 전직 의원들의 훈수, 라떼를 묻는다. 여권에선 국민의힘의 김재경·홍일표 전 의원,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목희·김형주 전 의원이 나섰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외교·안보 사령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9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하고 윤 대통령이 곧바로 수용하면서 사퇴 배경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4월말 국빈 미국 방문’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의전·외교 비서관에 이은 안보실장의 사퇴를 놓고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해석과 추측이 나돌고 있다.

김 실장 사퇴는 여러 면에서 급작스럽다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평가다. 대통령실이 28일 조간에 보도된 ‘김성한 실장 교체 검토’ 기사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은 지 하루 만에 사퇴로 거취가 정리된 것이다.

김 실장은 언론 공지에서 ‘친정’인 대학으로 돌아가겠다며 “향후 예정된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서 새로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여성 한류스타 관련 프로그램을 제안했으나, 외교·안보 참모진이 윤 대통령에게 이를 적시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차질을 빚을 뻔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와 맞물려 안보실 내 알력설도 제기하고 있다.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 안보실 내 권력 갈등이 작용했고, 윤 대통령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해 사의를 수용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31일 김 실장 전격 교체 등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 줄사퇴와 관련해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점도 사유도 명확하지 않은데 설명마저 전무하니 꼬리를 무는 의문만 커진다. 대통령실 외교 라인 줄사퇴의 진상을 규명해 바로잡아야 한다”며 “국회 운영위원회의 즉각적인 소집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위에)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물론이고 의전비서관 직무대행인 김승희 선임행정관을 포함한 관계자 전원을 출석시켜야 한다”며 “언론에는 한일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김 차장과 갈등 끝에 김 실장이 사퇴했다는 불화설, 김건희 여사 라인과 정통 외교 라인 간의 알력 다툼이 있었다는 김건희 입김설까지 등장할 지경”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김재경 전 의원은 김 실장 사퇴와 관련해 “약간 이례적으로 보이는 장면이 있었다”며 “대통령실이 아닌 김 실장 본인이 사퇴 이유를 직접 밝히는 부분과 문화 공연 보고 누락 등이 사퇴 사유설로 제기되는 등 국민들이 납득되지 않는 모습들이 나오다보니 사퇴 사유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추측성 이야기들이 더 난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김 실장 교체 등 진상규명 차원에서 운영위를 소집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국민적 궁금증이 있거나 김 실장 교체에 어떤 잘못된 원인이 있어 바로 잡자는 차원에서 소집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면서도 “시기적으로 대통령이 미국 방문이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선 좀 민감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같은 당 홍일표 전 의원은 김 실장 사퇴와 관련, “알려진 내용들을 바탕으로 보자면 그렇게 김 실장이 사퇴까지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윤 대통령이 중요한 외교 행사들을 줄줄이 앞둔 상황에 안보실장 교체는 좀 걱정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보실장 교체는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만큼 윤 대통령 주변에 정무적 판단능력을 갖춘 비서실장 등 참모가 조언하며 조직을 컨트롤할 수 있으면 좀 더 낫지 않을까 싶다”며 “다시는 국민들이 볼 때 이런 미덥지 못한 인사조치 모습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목희 전 의원은 김 실장 사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4월 미국 방문 등 향후 중요한 외교 일정을 앞둔 가운데 특별한 사유 없이 외교안보 책임자를 바꾸는 건 상식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은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두 가지 덕목이 있다. 첫 번째는 원칙을 지키고 책임감이 있어야 하며 두 번째는 국민을 존중하고 섬길 줄 알아야 된다”며 “김 실장 사퇴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나 대통령실의 설명을 보면 공직자로서 기본 덕목들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국민을 존중하고 섬기는 태도도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같은 당 김형주 전 의원은 김 실장 사퇴와 관련, “결과적으로는 대통령의 요구를 잘 따르는 인사만 살아남고 그에 벗어났다고 보는 인사는 내쫓는 게 노골화된 것 같다”며 “대통령 눈치만 보는 분위기나 당청 관계에서도 수직적 구조 등 이런 것이 가시화 될수록 합리적 의사결정은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안보라인이 줄사퇴한 것도 문제지만 김 실장이 사퇴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입장이 앞뒤가 좀 안 맞는 부분 등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부분은 더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