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경영’ 속도 내는 이재용, 美로 보폭 넓히나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2-08-30 12:58 수정일 2022-08-30 13:40 발행일 2022-08-3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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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6일 만에 또 법정에<YONHAP NO-2281>
(연합)

복권 후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외로도 현장 경영의 보폭을 빠르게 넓힌다. 이 부회장이 그간 공언해 온 ‘뉴삼성’의 대외적 청사진도 빠르게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복권 후 첫 해외 출장길에 나서는 안을 검토 중이다. 시기는 이르면 추석 연휴 기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 합병 혐의로 현재 재판 중인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에 나설 수 있는 기간이 바로 재판이 휴정되는 9월 둘째 주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도 명절 연휴 기간을 이용해 해외 사업장 등을 방문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연휴를 이용해 가장 최근 해외 출장에 나선 시점은 2020년 1월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설날 명절을 이용해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에 대한 현장 경영에 나섰다. 지난 2019년 설에도 이 부회장은 직접 중국을 방문해 시안의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 등을 점검하기도 했다.

복권 후 이 부회장의 첫 해외 출장지로는 미국의 현지 반도체 공장 등이 우선 순위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삼성전자 용인시 기흥의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 착공식을 방문해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현지에 약 22조원을 들여 파운드리 제2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해당 공장의 착공식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직접 미국 출장을 통해 현지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등을 점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민간 경제 외교관 역할을 수행해 온 이 부회장인 만큼 ‘칩4(Chip4)’ 가입 등으로 긴장이 고조 중인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두고 해결사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 파운드리 2공장 착공식에 참여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치는 중이다. 주요 정상이 참여하는 UN 총회 역시 현지 시간으로 13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되는 만큼 총회와 관련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은 다음달 2일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IFA)에는 불참할 전망이다.

한편, 이 부회장은 최근 국내 주요 사업장과 관련 계열사를 방문하며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기흥 캠퍼스 방문에 이어 상일동 사옥을 방문해, 삼성엔지니어링 및 삼성물산 경영진들과 해외 엔지니어링 사업 및 글로벌 EPC(설계·조달·시공) 사업 현황 등을 보고받고 사업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어 26일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직원들과 만나 주요 제품에 대한 보고를 받고, DX(가전·IT모바일)사업부 직원들과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등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 리더십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시스템반도체 사업 등 주요 분야에 대한 점검을 위해 국내를 벗어난 폭 넓은 대외 행보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잔존한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제한적인 행보를 강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