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린에너지 엑스포 개막…페로브 등 ‘차세대 태양광’ 한 자리에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4-14 15:46 수정일 2022-04-29 16:52 발행일 2022-04-1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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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국제 그린에너지 엑스포’ 한화큐셀 부스 전경 (사진=박민규 기자)

“말로만 듣던 신재생 에너지가 로봇 강아지부터 어마어마하게 큰 인버터(전력 변환 장치)까지 움직이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태양광 등을 새로운 진로로 꿈꾸게 됐다.” 지난 13일 개막한 ‘2022 국제 그린에너지 엑스포’에 견학 온 경북과학기술고등학교 스마트제어전기과 1학년 장지훈 학생은 이 같이 감탄했다.

국내 최대 및 글로벌 10대 신재생 에너지 전시회로 꼽히는 ‘국제 그린에너지 엑스포’는 올해 26개국 252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이번에도 태양광 전시가 주를 이뤘다. 행사 자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최근 2년간 다소 위축됐으나 꾸준히 진일보하는 기술과 산업 동향은 충실히 반영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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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큐셀이 전시한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탠덤 태양광 셀’ (사진=박민규 기자)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부인 한화큐셀은 미래 태양광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기대되는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탠덤 셀’을 전시 부스 전면에 앞세웠다. 기존 실리콘 셀 위에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를 겹겹이 쌓아 만드는 탠덤 셀은 단파장 빛과 장파장 빛을 모두 흡수하므로 발전 효율성을 대폭 끌어 올릴 수 있다. 이론상 한계 효율이 44%로, 현 실리콘계 태양 전지의 최고 효율인 29%를 크게 상회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최대 출력 725Wp의 차세대 태양광 모듈도 구현 가능할 전망이다.

탠덤 셀은 오는 2024년이나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나, 양산에 앞서 대형화와 안정화가 과제로 남아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태양광 셀이) 900도 이상에서 제작되는 만큼 탠덤 셀도 고온에서 안정화해야 하며, 페로브스카이트가 수분에 취약한 것도 해결해야 한다”며 “접합 기술도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지난 2020년 12월 이 셀을 개발하는 국책 과제의 연구 기관으로 선정, 현재 중소기업 및 학계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한화큐셀은 업그레이드한 상업용 태양광 솔루션으로 태양광 산업 종사자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이 회사는 최대 출력이 585Wp에 달하는 ‘큐피크 듀오 G11’ 양면형 모델과 인버터를 공개했다. 큐피크 듀오 G11 경우 뒷면에도 태양광 셀이 있어 단면형 모듈과 비교해 최대 20%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프리미엄 인버터 ‘큐볼트’ 제품군은 고내구성과 출력 다변화로 관심을 모았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이 전시한 '솔라 카 루프' (사진=박민규 기자)
현대에너지솔루션의 ‘솔라 카 루프’ (사진=박민규 기자)

현대에너지솔루션은 모빌리티용 태양광 에너지 솔루션 ‘현대 솔라 드라이브’ 가운데 ‘솔라 카 루프’의 실물을 전시하며, 현대자동차 그룹과의 시너지를 예고했다. 솔라 카 루프는 자동차 루프형 태양광 발전 설비로, 기아 EV6와 현대차의 아이오닉5 및 제네시스 G90 EV 등 전기차의 수출용 모델에 적용될 예정이다. 해가 떠 있는 동안 생산되는 태양광 전력은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되는 식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솔라 카 루프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전망이며, 선 루프 옵션에서 약 350만원의 비용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을 정조준한 ‘아쿠아 파워’를 내세웠다.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해양 전문 엔지니어링 설계와 구조물이 염도에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 등을 대거 접목해 ‘새만금 맞춤형’ 수상 태양광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바다에 설치할 태양광은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등 가혹한 환경을 견뎌야 해, 댐이나 저수지에 설치된 기존 수상광 태양광과는 다른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며 “1.1GW 규모 설치에 4조원 가까이 들어가는데, 시설이 태풍으로 인해 가동을 중단하거나 부러지면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상 태양광의 단순 EPC(설계·조달·시공)만 맡는 경쟁사와 달리, 아쿠아 파워는 해양 환경 특화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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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이엔지의 ‘솔라 스킨’ (사진=박민규 기자)

신성이엔지는 N 타입 태양광 모듈을 차세대 태양광으로 밀고 있다.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N 타입의 비중은 20% 이하에 불과하지만, 주류인 P 타입 대비 출력이 3%~4% 가량 높아 고효율 모듈로 선호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P 타입 태양광 모듈은 오랜 기간 개발되다 보니 기술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따라서 좀 더 성장 가능성이 있는 모듈은 N 타입이라고 보며, 유럽과 중국 등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서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모듈보다 가까운 차세대 태양광일 것”이라고 했다. 회사는 620Wp의 N 타입 태양광 모듈 시제품도 선보였다. 양면 발전으로 환경에 따라 출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 신성이엔지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에 주력해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갈색·회색·흰색 등 다양한 색깔의 ‘솔라 스킨’은 태양광 모듈 외부에 고급 건축 외장재와 기능 및 성능이 유사한 필름을 씌워 일반 건축물에도 적용 가능하다. 신성이엔지와 코오롱글로벌의 합작품인 솔라 스킨은 국내 최초 제로 에너지 건축물 1등급 단지인 부산 에코델타시티 내 스마트 빌리지에 설치됐으며, 건물 외벽을 대체할 수 있는 심미성 있는 태양광 모듈로 인정 받고 있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 시장은 개화한 지 1년 반~2년 된 초기 시장이지만, 제로 에너지 건물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추세라 성장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서는 태양광 제조사들이 ‘통합 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트렌드가 읽히기도 했다.

한화큐셀은 유럽과 호주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정용 태양광 전력 관리 시스템 ‘큐홈코어’를 소개했다. 태양광 전력을 생산해 사용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큐홈코어 경우 인버터와 ESS(에너지 저장 장치) 뿐 아니라 태양광 모듈까지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되는 요소다. 회사가 자체 개발, 유럽을 중심으로 상용화 중인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 ‘큐커맨드’를 통해 전력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관리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한화큐셀은 현재 호주에서 ‘큐스트림’이라는 전력 거래 서비스용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전력 거래 중개 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대에너지솔루션 역시 전력 중개 사업 론칭 소식을 알렸다. 전국 6000개 이상의 발전소와 1.2GW 설비 규모의 발전량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하이 스마트 3.0’ 시스템을 운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뢰도 95% 수준의 발전량 예측을 통해 발전소 운영 사업주에게 더 많은 정산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민규 기자 minq@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