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이어 '경유 쇼크'…산업계 '동맥 경화' 우려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3-29 16:13 수정일 2022-04-29 17:53 발행일 2022-03-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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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작년 ‘요소수 대란’으로 물류 위기를 맞았던 산업계가 또다시 ‘경유쇼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유가격이 일반적으로 휘발유보다 200원 가량 저렴했는데, 최근엔 경유가격이 휘발유를 앞질렀다. 경유비중이 높은 화물업계는 차라리 운행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며 울상이다. 경유가격 고공행진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난까지 우려되고 있다.

2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날 경유 전국 평균가는 L당 약 1920원으로, 지난 1월 1일에 기록한 1442원 가량 대비 33.1% 급등했다. 경유 최고가는 무려 2900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경윳값 상승세는 같은 기간 휘발유가 약 1623원에서 2070원 가량으로 27.5% 오른 것과 비교해 훨씬 가파르다. 보통 경유 가격은 휘발유보다 약 200원 싼데, 그 격차가 지속해서 좁혀지는 모습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 지역 경유 수급 차질로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가 국내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역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으로 오일 쇼크가 극에 달했던 지난 2008년 7월 이후 14년 만이다.

30_경유값

경유 가격 폭등에 디젤 차량의 비중이 큰 운송 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24시간 일해도 본전조차 남지 않으며 차라리 차를 파는 것이 낫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화물 운송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화물차 운전자의 평균 지출 가운데 유류비가 42.7%다. 유류비 비중은 이달 들어 70% 수준까지 늘었다고 업계는 토로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최근 화물차 운전자들의 유류비 지출은 전년 동월 평균치에 비해 5t 이하 화물차는 64만원, 12t 이상은 175만원, 25t급은 250만원 가까이 증가했다.

화물차들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속속 멈춰 서기 시작하면 산업계에는 그야말로 ‘동맥 경화’에 가깝다. 이 경우 원재료 수급과 제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여파가 거셀 수도 있다. 화물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 요소수 수급난 당시에도 (유로 6 디젤 차 중심으로) 문제가 심각했는데, 유류비는 모든 화물차가 적용 받는 만큼 현 사태는 더 심각하다고 본다”라며 “이 같은 상황이 한 달 이상 이어지면 시멘트·철강·컨테이너 등 대다수 업종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적어도 물류비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로 화물 업체 노조들이 그간 미뤄 왔던 운송료 인상을 이제는 유보할 수 없다며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특히 고유가로 원가 부담을 겪고 있는 업종들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문제는 경유 가격이 내릴 조짐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경유 가격 상승세를 고려하면 국내 가격도 당분간 오름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유류비 인하율을 3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막상 경유 가격 안정화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류세는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많이 붙다 보니 인하 효과도 휘발유에서 더 크다. 이에 화물 업계는 유류세 인하 폭을 차등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minq@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