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욕심 많던 2PM 막내에서 여심 달군 정조로… 이준호 “나만의 정조 그리고 싶었죠”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2-01-10 18:30 수정일 2022-01-10 18:30 발행일 2022-01-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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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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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이준호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군복무 기간 동안 활동이 고팠어요. 가수로서, 연기자로 활동하고 싶고 빨리 제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가수 겸 연기자 이준호(32)는 ‘일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2010년대 한류를 호령했던 2PM 멤버였지만 팀의 막내로 눈물 젖은 빵을 수차례 먹어봤기에 할 수 있는 얘기다. 최근 종영한 MBC 주말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은 그의 담금질의 결과다. 마땅한 연기자를 찾지 못해 표류하던 대본은 이준호를 만나 역대 가장 로맨틱한 정조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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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옷소매 붉은 끝동’의 한장면 (사진제공=MBC)
‘옷소매’는 정조와 그의 후궁인 의빈 성씨의 실제 러브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그간 드라마 속 정조는 강직하면서 현명한 군주의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옷소매’ 속 정조는 아버지(사도세자)를 일찍 여읜 뒤 정적들의 위협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단련하는 인물로 표현됐다. 자칫 메마를 뻔한 정조가 유일하게 마음을 준 인물이 바로 드라마 속 성덕임(이세영)이다. 이준호는 정사를 행할 때는 차갑고 까칠하지만 덕임에게만은 소년처럼 어리광을 부리다가 때로 남자로 변모하는 ‘로맨틱 정조’를 연기하며 안방을 후끈 달궜다. 이준호의 연기에 힘입어 ‘옷소매’는 MBC 금토드라마 최고 시청률인 17.4%로 종영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고 토종OTT 웨이브에서도 6주째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이준호 역시 2021 MBC연기대상에서 최우수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이런 결과물은 오롯이 이준호의 노력의 결실이다. 그는 최근 본보와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내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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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이준호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역사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지만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그런데 제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모니터할 때마다 고민이 컸죠. 연기자 이준호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새벽에 집에 들어가서 작품에 계속 몰입했어요. 정조는 수많은 선배님들이 연기한 배역이기 때문에 제 스타일의 이산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이준호가 정의한 정조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왕이다. 그는 연기의 비결을 ‘대본’에서 찾았다. “계속 대본에 푹 빠져 사는 게 비결 같아요. 대본 속 인물로 지내려고 하는 게 제가 역할에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었어요. 다른 방법을 찾지 않는 한 계속 이렇게 연기할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대사의 리듬감과 템포로 변화와 의외성을 주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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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옷소매 붉은 끝동’의 한장면 (사진제공=MBC)
이준호의 노력하는 모습은 이미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1년간 식단을 조절한 모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방송에서 기상 후 90분간 쉬지 않고 홈짐을 진행하고 닭가슴살과 고구마로 이뤄진 식단관리로 전역 후 약 16Kg을 감량했다고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이준호는 “이산이 세손시절 예민한 모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금껏 출연 작 중 가장 마른 모습으로 연기했다”며 “이산이 문무 모두 출중한 왕이었기에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다부진 세손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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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옷소매 붉은 끝동’의 한장면 (사진제공=MBC)
이준호의 지독한 프로 근성은 연습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에서 6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승해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연습생으로 들어갔지만 데뷔조에 들지 못해 슬럼프를 겪었다. 데뷔를 위해 연습량을 늘렸다 성대 결절이 왔고 소속사에서 퇴출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JYP를 설득한 이가 바로 이준호의 어머니다. 이준호는 눈물 젖은 빵을 먹은 경험을 토대로 기회를 노렸다. 2PM의 여타 멤버들이 연기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잘 나갈 때 소속사를 직접 설득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영화 ‘감시자들’ ‘협녀’ ‘스물’을 거쳐 드라마 ‘김과장’ ‘그냥 사랑하는 사이’ ‘기름진 멜로’ ‘자백’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기틀을 다졌다. 드라마 ‘김과장’을 집필한 박재범 작가는 본보에 “이준호는 늘 밝은 에너지로 현장을 달구는 연기자”라고 칭찬했다. 이준호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정조의 모습이 스스로 객관적으로 보려 하고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내 모습과 닮았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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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이준호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이제는 가장 핫한 대세배우가 됐지만 2PM은 여전히 그의 뿌리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2PM멤버 이준호”라고 소개한다. 맴버들은 고향친구같은 존재들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시기 tvN ‘어사와 조이’에 출연한 옥택연, 채널 A ‘쇼윈도: 여왕의 집’에 출연한 황찬성 등과 함께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연기를 잘하면 제가 아이돌 출신이든 아니든 신경쓰지 않겠죠. 2PM 이준호라고 인사하면 연기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수든 연기자든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양쪽에 무게를 동일하게 두고 있습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