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성패, ‘탄소’가 가른다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1-09-07 14:43 수정일 2021-09-07 16:30 발행일 2021-09-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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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상고 포기<YONHAP NO-1590>
서초사옥. (연합뉴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온실가스 감축 등 ‘탄소중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앞두고, 탄소배출 비용이 곧 향후 기업의 경쟁력 문제로 직결됐다는 판단에서다.

산업계에 밀어닥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파고는 최근 반도체 공정과 생산 현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 생산현장에 ESG 관련 평가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 폭증과 기술 고집적화로 탄소·물·온실가스 등의 사용이 반도체 사업장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SK하이닉스는 6일 질소산화물·암모니아 저감 시스템을 주요 사업장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제조 공정 중에 사용되는 가스와 유해 물질 등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이미 SK하이닉스는 환경부의 ‘통합환경관리제도’를 적용한 ‘통합환경관리체계’를 지난 1월 마련해, 이천캠퍼스 반도체 사업장 등에 도입한 상태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부터 반도체 사업장 평가 기준에 ESG 관련 기준을 도입해 평가를 시작했다. 국내 주요 반도체 사업장 5곳을 경유차 제한구역으로 설정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수치 등은 이미 지속해서 감소 중이다. 영국 친환경 인증기관인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는 2020년 생산량 기준 환산 시 약 130만톤의 탄소 배출량을 저감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정제하는 장비인 스크러버 등의 사용량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이 공정과 생산현장의 탄소배출 저감에 나선 이유는 탄소 배출로 인한 패널티 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탄소배출 관련 부채는 올해 기준 400억원을 넘어섰다.

정부도 산업계에 다양한 탄소중립 정책과 목표치를 주문하고 있다. 당·정은 지난달 국회 문턱을 넘은 탄소중립기본법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35%까지 상향할 예상이다. 다만 반도체 업계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 대한 현실적인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 가속으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시설 확충에 나선 상황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목표치를 충족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전체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은 지난해 기준 약 1480만톤으로, 전년의 1380만톤보다 100만톤 가까이 늘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탄소 배출 거래 등을 목표로 기업들이 ESG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시장의 문제”라면서 “반도체 업계가 정부가 제시하는 탄소 배출 해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

ESG 경영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