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AI가 사람의 감정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채현주 기자
입력일 2021-04-05 07:00 수정일 2021-05-12 10:57 발행일 2021-04-05 11면
인쇄아이콘
[채현주의 닛폰기] '4차 산업 블루칩' 감정 읽어주는 AI개발 속도
410

‘보고싶은 티비 채널을 틀어주고, 답답할 땐 알아서 창문을 열어준다?’ AI가 마음을 읽고 척척 행동해준다면 어떨까.  

일본에서 감정추정 AI기술을 생활이나 산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감정추정 기술은 사람의 얼굴 표정 변화나 행동 등을 감지 센서를 통해 포착하고 데이터화 해 유추하는 방식이다. 최근 가전이나 자동차 등에 이 기술을 도입시켜 신제품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비즈니스는 물론 건강, 의료, 심지어 범죄예방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clip20210402104925
일본파나소닉이 올해 처음 선보인 ‘인간 감정 추정 기술’ 시연 장면. (사진=일본 파나소닉)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읽다

일본 파나소닉은 올해 ‘CES 2021 파나소닉 도쿄’ 행사에서 인간의 감정을 시각화 할 수 있는 ‘인간 감정 추정 기술’을 선보였다.

한 30대 여성이 대형 모니터 앞에 앉자 화면에 내장된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인식하고, 표정, 눈 깜박임 주파수 등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한 뒤 추상적인 형체를 그려낸다. 만들어진 형체는 색상, 모양, 질감을 결합한 288가지 패턴으로 도형화 되더니, 20초 만에 화면에서 ‘번쩍번쩍’ ‘마음이 풍부하다’ ‘온화하다’ 등의 결과를 내놨다,

파나소닉은 이 기술을 이미 자동차 네비게이션 ‘졸음’ 알고리즘에 도입시켜 졸음 운전을 예방해주는데 활용하고 있는데 향후 생활 가전에도 다양하게 적용시킬 계획이다.

파나소닉 측은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는 AI기술로 웰니스 등을 향상시키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 파나소닉은 감성 연구조직을 신설해 인간 감성을 겨냥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파나소닉은 사람의 손끝에서 맥박을 감지해 심신 상태에 맞춰 차를 끌여주는 티포트 등 총 17개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 티포트는 심신 상태에 따라 차 종류, 온도, 단맛 등을 개인 취향에 맞춰 만들어 준다.

clip20210402104910
(사진=일본 파나소닉)
◇감정 AI시장, 5년내 8배 성장

히타치제작소는 지난해 7월 ‘해피니스 플래닛’을 설립해 감정 AI기술을 활용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가속도 센서로 이용자 개인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조직의 행복도를 추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간이 행복과 긴장 등을 느낄 때에 발생하는 근육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그 움직임을 측정해 행복도를 수치화하는 방식이다. 히타치는 이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의 근무 의욕을 향상 시키는 등 사회실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과 조직간의 행복도를 토대로 득점을 표시하고, 데이터를 토대로 이용자가 어떻게 행동하면 개인과 집단이 보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해피니스 스카트앱도 개발했다. 히타치는 행복에 관한 데이터를 해피니스 플랫폼에 축적해, 그 데이터를 이용해서 스마트시티와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의 적용할 방침이다.

미국 리서치 회사 트락티카에 따르면 감정인식과 감정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0년 5억 달러에서 2025년 38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5년간 약 8배나 성장한다는 것이다. 감정추정 응용 분야로는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제품·시장조사, 자동차, 교육 등을 큰 시장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조사는 소프트웨어 제품 중심으로, 하드웨어 제품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FFFFF
(사진=일본 파나소닉)

◇오감을 자극시키는 미래 자동차

자동차에 감정 AI 도입은 관련업체에서도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일본 소니는 전기차 ‘비전-S’ 실내에 운전자 상태를 파악하는 감정 AI 카메라 센서를 탑재했다. 운전자의 표정과 움직임 등을 파악해 피로감 등의 상태를 측정하고 필요에 따라 경고를 해준다. 이 차의 특징은 소니만의 최첨단 엔터테이먼트 시스템을 정착했다는 것이다. 소니는 콘텐츠 디스플레이 및 내비게이션 시스템 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입술 읽기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일본 전자업체 교세라는 자율주행과 모빌리티(MaaS)의 확산과 함께 차 실내 공간에 초점을 둔 모아이(Moeye)를 개발했다. 교세라는 차 내부에 독창적인 디자인과 함께 운전자의 시각, 총각, 후각 등 오감을 즐겁게 만드는 독특한 장치들을 장착했다. 교세라는 차에 다서 종류의 아로마 방향제를 탑재했는데, 운전자 기분에 맞춰 향기가 분사돼 쾌적한 공간을 연출하도록 했다.

1001_fnso01-horz
모아이(사진=교세라)
◇‘곤란한 표정’ 측정해 도와준다

오키전기공업(OKI)은 ‘곤란함 추정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감정 추정 AI를 장착한 카메라를 통해 이용자의 곤란함 정도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 업체는 주로 전철역 발권기나 매장 단말기 등 공공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번 시스템 개발을 통해 이용자의 문제해결뿐만 아니라 역 내 지원 요원의 감축 등에 공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일부 전철역 발권기에서 실험환경을 구축해 조작 중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의 표정과 행동 영상 등을 수집하고 있다.

반대로 ‘긍정 추정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표정과 시선의 변화를 검출해 그 사람이 무엇에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는지 측정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관광안내소 등에 단말기를 설치해 어디로 관광하고 싶은지, 어떤 음식점에 관심이 있는지를 제안할 수 있게 된다. 오키전기공업은 관광업을 대상으로 실증 실험을 통해, 2022년에 제품화 할 계획이다.

WEWEFFWEWFWEF
(사진=NTT데이터)

◇가상의 뇌로 음악트렌드까지 예측

가상의 뇌를 활용해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추정하는 기술도 나왔다.

NTT데이터와 NTT데이터 경영연구소가 공동개발한 뉴로아이(NeuroAI)다. 이는 뇌 활동을 유사하게 모방한 시스템으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뉴로아이의 사례 중 하나가 2020년 9월 발표한 ‘미래에 유행할 음악 트렌드 예측’이다. 2016년 12월부터 2020년 5월까지의 2185곡을 입력한 뒤, 곡별로 뇌 정보에 포함된 인간이 느끼는 잠재적이면서 언어화가 불가능한 반응을 데이터로 수집했다. 과거 유행 곡의 코드진행 데이터와 가사 데이터 등도 분석했다. 이를 통해 히트의 요인을 뇌 정보와 가사, 코드진행 등 곡 정보에서 파악하고, 미래 어떤 곡이 히트할 것인지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음악 트렌드의 예측은 음악 비즈니스에서 긴 경험을 쌓아온 사람이 해왔으나 이제는 AI가 과학적으로 예측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 뇌를 통한 분석은 음악뿐만 아니라 향후 많은 업계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장보은 코트라 도쿄무역관은 “최근 소비자가 까다로워지면서 기존의 다수를 위한 획일적인 제품과 서비스로는 좀처럼 만족할 수 없게 됐다”면서 “감정 AI기술을 활용하면 개개인에 맞춘 ‘퍼스널라이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사의 제품,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