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인도 '소 숭배' 이면엔… 쇠고기 수출·우유 생산 1위국

권기철 객원기자
입력일 2021-01-25 07:20 수정일 2021-05-28 11:08 발행일 2021-01-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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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흰 소와 인도 (하) ‘소를 숭배하는 나라’라는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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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는 소를 보호하고 숭배하는 것이 힌두교의 중심 교리일까? 힌두교 학자들에게 물어보면 힌두교도들은 소를 신으로 여기지도 숭배하지 않는다고 한다. 

힌두교도들은 다만 채식주의자다. 소를 ‘보호하고 존경해야 하는 생명의 신성한 상징물’로 간주할 뿐이다. 극단적으로 종교의 이름을 빌어 소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치적 행위는 오히려 힌두 사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다른 주요 종교에서는 쇠고기를 먹는 것을 허용한다. 유독 힌두교가 쇠고기를 금기음식으로 여기는 것은 정권유지와 권력강화가 핵심이 원인이다. 건국 초기에 만들어진 인도 연방 헌법에서도 소의 도살 금지를 규정했고 대부분 주에서도 ‘소보호법’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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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부터 아물 버터를 광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모델인 아물 소녀(Amul Girl),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진행되고 있는 광고 캠페인으로 등재되었다.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루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진=Amul

최근 경제 위기 등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에서 인도 집권당은 선거가 다가오자 경제 안정을 위해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그것만으로는 정권을 지킬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자, 이제 소가 정권유지의 한 축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소 보호를 명분으로 힌두교도 중심의 자경단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인 집권 BJP(인도국민당)은 힌두교도들에게 소 보호를 위한 일을 할 것을 독려하며, 소를 다루는 일에 종사하는 무슬림에 대한 폭력을 부추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BJP에 의한 소 보호 강화 조치 이후 40억 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인 인도 소 수출 산업은 15% 이상 줄었다. 인도 최대 주인 UP주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들 중 하나다.

BJP 소속 요기 아디티야나트 UP주총리는 소 도축장을 폐쇄시키고, 5만여개의 정육점의 문을 닫아버렸다. 이로 인해 UP주의 한 소도시에서 소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2200여 명의 무슬림 중 3분의 1이 직업을 잃게 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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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시바신과 그가 타고 다니는 난디(Nandi)라는 흰 암소. 난디는 힘과 권력, 정의, 도덕성을 상징한다.

정치 평론가들은 소를 보호한다는 것은 무슬림을 탄압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힌두교 우위를 내세워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 가운데 버팔로는 힌두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대상이 아닌데, 버팔로를 운반하거나 거래하는 것조차 문제 삼는다. 특히 자경단들은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버팔로 산업 종사자들에게 뇌물을 요구하면서 원하는 만큼 돈을 주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한다. 경찰들은 근거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경찰과 극단적인 힌두교인들이 버팔로와 트럭을 뺏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합법적으로 버팔로를 거래하는데도 이 같은 방해로 인해 지난해 버팔로 운송 비용은 무려 30%나 증가했다

델리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인 D.N.지하(Jha)는 그의 저서 ‘인도민족주의의 역사 만들기(부제: 성스러운 암소신화)’에서 암소 숭배는 19세기 이래로 인도 내 뜨거운 쟁점이었으며, 이는 바로 ‘힌두’ 정체성을 만들어 내려는 차원에서 인도국민당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힌두의 색채로 다시 쓰도록 적극 지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초기 인도에서 널리 시행하던 소고기 육식 관습에 대한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암소를 도살하고 암소고기를 먹는 관습이 힌두 공동체의 정체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고대 인도의 종교문헌들에는 소고기 육식에 대한 사례가 매우 풍부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베다경전에 나오는 쇠고기 육식에 대한 문헌들을 소개한다. 리그베다의 한 구절에는 ‘사람들이 내게 열 다섯 하고도 스무 마리의 황소를 잡아 요리해 바쳤다’라고 나오며, 불의 신 아그니 역시 ‘황소와 불임 암소를 음식으로 삼은 자’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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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백색 혁명 초기에 농부들이 생산된 우유를 납품하고 있는 장면. 사진=Amul
‘불가촉천민’이라고 불리는 달리트(Dalit) 같은 낮은 계급의 사람들은 소고기와 버팔로 고기를 먹었다. 하지만 오늘날 인도의 여러 지방에서는 소고기를 먹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도 힌두교도들은 소고기를 입에도 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힌두교도들이라고 해도 은근히 소고기를 먹는 사람들도 있음은 어쩔 수 없는 추세이다.

인도에서는 거의 모든 주에서 가축을 도살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서벵갈, 케랄라(Kerala), 아루나찰 프라데쉬(Arunachal Pradesh)주와 북동부에 있는 몇개 주들에서는 그런 법이 없다.

힌두교도들은 대부분 채식주의자이지만 전사(戰士) 카스트인 크샤트리아들은 육식을 하더라도 신분에 손상을 입지 않는다. 신체적 힘과 군사적 용감성을 기르는 데 육식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남인도 타밀족(Tamil)의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그들은 비채식주의 식당을 인도식 영어로 ‘군대호텔’이라고 부른다. ‘전사들의 음식’을 제공하므로 그런 식당들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다.

서부, 북부, 중부 인도의 전사이자 지배자인 귀족 카스트 라지푸트(Rajput)는 육식 뿐만 아니라 음주도 업무상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고기와 술은 정자의 생산을 자극함으로써 용맹과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어 라지푸트가 전쟁에 나갈 태세를 갖추도록 해준다. 고기와 술은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더 많은 자식과 아들,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전사를 배출하는 결과를 낳는다.

인도에서 버팔로 고기를 포함한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힌두교도들 뿐이다. 나머지 20%를 차지하는 이슬람교나 기독교 및 불교도들은 소고기를 즐긴다. 인도 사람 2억 명 이상은 소를 먹는다는 이야기다. 2억명이면 브라질 인구와 거의 맞먹는다.

많은 힌두교도들은 해외여행에선 소고기를 먹는다. 거룩한 ‘인도 소’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위한다. 소고기 수출 1위 국가가 인도 임을 고려하면 해외에서 먹는 소고기가 인도산일 확률이 높은데 아이러니하다. 현재 인도에는 약 3억마리의 소가 있다. 2014년부터 인도는 브라질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소고기 수출국이 되었다. 2위가 브라질, 3위가 호주다. 물론 버팔로(물소)를 포함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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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프랜차이즈 식당 스모크 하우스 델리의 버팔로 버거, 벌팔로 스테이크. 사진=Smoke House Deli

영양학자들은 세계 각지의 민족들 사이에서 단백질 결핍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견된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우려해왔다. 로버트 매커리슨(Robert McCarrison)은 인도에서 행한 연구에서 “시크교도가 많은 북인도의 펀자브 지방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고, 체구가 크고, 몸집이 탄탄한 것은 훨씬 더 많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들은 주로 우유와 유제품으로 이루어진 식사를 한다. 반면에 동부 인도 벵골 지역 주민들의 열악한 건강, 무기력함, 작은 체구, 허약함 등은 낮은 단백질 섭취량이 주원인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독립 초기부터 인도 위정자들은 농업 생산량을 늘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색혁명에 도전했고 큰 성과를 달성했다. 인도 정부는 밀과 쌀 생산량이 엄청나게 증가한 녹색 혁명의 눈부신 성공을 목격한 후 백색혁명(White Revolution)으로 잘 알려진 ‘홍수 작전(Operation Flood)’을 시작했다.

정부는 종교적,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해 육류 단백질 섭취가 어려운 인도에서 탄수화물만으로 국민들의 영양부족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우유가 채식이라고 여기는 종교및 사회적 관점에서 우유 생산량을 늘리려는 동기에서 시작된 인도의 백색 혁명은 결과적으로 인도를 세계 1위의 우유 생산국으로 만들었다.

국가 낙농 개발위원회 (National Dairy Development Board)는 백색 혁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홍수 작전’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홍수 작전은 1970년에 시작되었으며 전국적인 우유 공급망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마을 우유 생산자 협동 조합이 결성되었고 전국 700 개 이상의 도시와 마을의 소비자와 연결하기 위해 ‘전국 우유 공급망(National Milk Grid)’이 만들어졌다. 현대적 기술과 관리 기법이 적용된 우유 생산과 유통 서비스도 이뤄졌다. 이는 농촌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고 농촌 경제의 발전을 이끌며 인도 빈곤 퇴치에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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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아물’은 인도 서벵갈주 경찰 총장 조사를 두고 벌어진, 서벵갈 경찰과 인도 연방 중앙수사국의 대립을 비꼬는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 내용은 아물이 만든 제품을 먹고 다투지 말라는 의미다.

그 결과 인도는 우유 부족 국가에서 세계 최대 우유 생산국으로 변모해 1998년에는 미국을 제쳤고, 2018년에는 전세계 우유 생산량의 약 22.29%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렇게 낙농업은 인도의 최대 농촌 고용 창출원이 되었고 농촌의 소득은 급증하게 되었다. 저렴한 가격의 우유가 공급되면서 소비자들의 우유 소비는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다.

이 영향은 인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자극을 주었다. 인도와 함께 세계 소고기 수출 1,2위를 다투는 브라질은 60년대와 70년대 초 인도에서 가장 많은 사육두수를 기록하고 있는 기르(Gir)종을 수입해 ‘백색 혁명’을 만들었다. 현재 브라질에서 길러지는 소의 대략 80%정도는 기르종과 다른 종을 교배시킨 소들이다.

한편 인도의 백색 혁명을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 세계 최대의 낙농 제품 생산 조직은 아물(Amul)이다. 아물은 우리나라의 서울우유와 같은 협동조합이다. 1946년에 설립되어 370만 개의 마을 1400만 생산자가 조직되어 우유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웰치스(Welch‘s), 썬키스트(Sunkist) 등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최대 협동 조합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가 갖는 소의 의미보다 훨씬 더 많은 경제, 정치, 종교, 사회적 의미와 메시지가 담긴 인도의 소. 따라서 소를 보는 시각은 우리와 너무나 다르다. 소를 단순히 숭배의 대상으로 여기는 나라라는 단순한 접근으로 인도를 이해하면 인도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있다. 소 걸음처럼 천리를 간다는 뜻이다. 때론 미련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일을 꾸준히 한다는 말이다. 인도의 모습이 바로 이 사자성어가 갖는 의미와 유사하다. 10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공산주의국가 중국의 과격함 보다는 민주주의라는 탄탄한 토대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인도다.

권기철 국제전문 기자 speck00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