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r Paly 인터뷰] 뮤지컬 ‘아이다’ 천진난만 아이다 윤공주와 장난꾸러기 라다메스 최재림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01-11 15:00 수정일 2020-01-11 12:40 발행일 2020-01-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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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왼쪽)과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

“좋아요. 좋은 건 당연한데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재밌어요. 연습도, 리허설도, 공연도…생각보다 더 역할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오디션만 세번을 본 끝에 뮤지컬 ‘아이다’(2월 2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의 라다메스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최재림은 이렇게 말했다.

“여러 시즌 오디션을 준비하고 ‘아이다’를 보면서 ‘내가 하면 어떻게 할까’를 상상해 왔어요. 그 생각과 상상들을 오리지널 연출(로버트 폴스), 협력연출(키이스 배튼)과 얘기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죠. 같이 하는 배우들도 자칫 생뚱맞을 수 있는 선택들을 즐겁게 받아주시거든요.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최선의 라다메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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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에서 시작한 뮤지컬 ‘아이다’는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이하 디즈니) 작품으로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콤비작이다.

망국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윤공주·전나영, 이하 관람배우 순), 그 누비아를 집어삼킨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아이비·정선아) 그리고 두 여자에게 사랑받는 장군 라다메스(최재림·김우형)의 사랑이야기이자 성장담이다. ◇깊어진 윤공주의 아이다, 열정적인 모험가 최재림의 라다메스

“저도 분명 달라진 게 있어요. 지난 시즌(2016년 샤롯데씨어터) 처음 합류했을 때 놓쳤거나 아쉬웠던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최선이었지만 그런 부분들을 재정비하면서 깊어졌죠. 정리가 안됐던 부분을 깔금하게 정리하다 보니 아이다의 여정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나 싶어요.”

두 번째 아이다를 만나면서 “깊어졌다”고 표현한 윤공주는 “키이스 연출과 얘기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누비아 공주로서 아이다의 강인함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다가 아닌 윤공주의 감정에 취해서 하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엔 아이다 입장에서 더 많이 생각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자꾸 내 감정에 취하지 말고 아이다 공주로서 그가 사랑하게 되는 과정, 갈등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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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
그 변화는 감정 표출에서 도드라진다. 윤공주는 “아이다는 누비아 공주로서의 강인함을 본능적으로 가지고 태어나 살아온 캐릭터”라며 “감정을 다 드러내기보다 참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 강인함을 표현하기 위해 지난 시즌에는 참고 있는 걸 보여주려고 애를 썼던 것 같아요.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참는 걸 관객들은 다 알아주시는데 말이죠. 이제는 정말 참고 있어요. 아이다처럼.”

‘아이다’의 라다메스는 승전국 이집트의 장군으로 대부분 전쟁의 선봉장에 섰던 인물이다. 파라오(김선동)의 딸 암네리스가 정혼자이며 이집트 최고 권력자를 꿈꾸는 조세르(박송원·박성환)가 아버지다. 자칫 정복자, 침략자처럼 보일지도 모를 라다메스에 대해 최재림은 “남의 것을 뺏거나 내 걸 소유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인물이라기보다 모험과 자유를 사랑하는 남자”라고 표현했다.

“그 모험심과 자유에 대한 사랑을 뒷받침하기 좋은 이집트 귀족으로 태어나 자신이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한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죠. 전술, 검술 등을 잘 배운 군인으로서 직업을 잘 즐기고 있어요. 자유분방하고 활기 넘치는, 항상 어딘가로 향해 가고 싶은 인물이죠. 그 어딘가로 가고 싶은 욕망이 정복지나 미지의 세계가 아닌 아이다라는 사람으로 바뀌어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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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왼쪽)와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

이어 “가치관과 세계관이 뒤집히는 혼란이 오지만 본질을 꿰뚫으면 열정을 쏟을 상대가 나타났고 열정이 옮겨간 것”이라며 “아이다로 열정을 전환시키는 순간 삶이 확 바뀐다”고 덧붙였다.

◇“너랑 하는 건 잘 할 수 있어” 윤공주의 믿음? 최재림의 엄살!   

“이번 ‘아이다’ 캐스팅이 신구조합이잖아요. (윤)공주 누나나 (김)우형이 형처럼 경험 많은 배우들과 저나 (전)나영이처럼 ‘아이다’를 처음 하는 배우들이 만나 각자 가진 장점들과 빠질 수 있는 함정들을 보완하고 배워가는 과정이었어요.”

뮤지컬 ‘아이다’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전한 최재림은 “이야기가 가고자하는 방향은 같았다. 본인들 개성은 살리면서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다”며 “무엇보다 ‘아이다’는 음악이 너무 좋다”고 털어놓았다.

클래식과 팝의 경계를 과감하게 넘나들며 사랑받아 온 ‘아이다’의 음악은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을 함께 했던 팀 라이스 그리고 팝스타 엘튼 존이 꾸렸다.

“제가 가진 소리가 둥글둥글해서 잘못 쓰면 ‘아이다’의 음악이랑은 잘 안어울리겠다 싶어서 더 과하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음악연습 첫날부터 되게 다른 소리로 접근했죠. 음악 자체를 좀 조였다고 할까요. 요즘은 조였던 걸 좀 풀고 있어요. 너무 좁혀서 팝한 소리를 쓰다 보니 원래 생각했던 소리의 지점보다 더 좁혀졌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조금씩 풀고 있는데…조였다 풀었다 할 것 같아요.”

 

2019 뮤지컬 아이다_Dance of the robe_아이다(윤공주)
뮤지컬 ‘아이다’의 윤공주(사진제공=신시컴퍼니)

최재림의 말에 윤공주는 “뮤지컬 배우 중에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소리를 자유자재로 조였다 풀었다 할 수 있다니…”라고 부러움을 표했다. “저는 못합니다. 클래식과 팝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최재림은) 너무나 다양한 장르를 완벽하게 하잖아요. 지금도 기억이 나요. 처음 만난 상견례에서 리딩을 하면서 노래를 듣고 너무 좋았거든요.”

윤공주의 극찬에 “여기 언니, 오빠들이 엄살쟁이들”이라며 “다 잘하면서 만날 공연 올라가기 전에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좋지만 너랑 하는 건 잘 할게, 잘 할 수 있어’라고 엄살들”이라고 털어놓았다.

“(윤)공주 아이다는 든든하죠. 공연 올라가기 전에 항상 ‘나 오늘 너무 힘들어. 너만 믿을게’ 이러면서 엄살을 부리는데 너무 잘해요. 누나는 항상 본인이 맡은 걸 잘 해내는 배우죠. 본인만이 쌓아온 연기 호흡들이 굉장히 안정적이어서 공주 아이다랑 연기하고 있으면 되게 편해요. 과감하게 라다메르스로서 잘 접근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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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

최재림의 말에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편안한 상대배우’라는 평이 제일 좋다”고 답하는 윤공주에 최재림은 “잘하니까 편한거야”라고 무심한 듯 대꾸한다. “늘 상대배우에게 편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는 윤공주에 장난기가 발동한 최재림은 “저는 늘 상대를 긴장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눙친다.

그리곤 허허거리는 최재림에 대해 윤공주는 “연기할 때 살아있게 해주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와 내레이터이자 음유시인 그랭구아르로 호흡을 맞췄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도 무대 위에서 재밌게 살아 있게 해준 배우”라고 덧붙였다.

“눈을 보고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고 믿음이 가요. 제가 힘들어 하고 있을 때면 장난식으로 툭툭 해주는 말들이 위로가 되고 그래요. 노래가 안될 때도 ‘어떻게 해야 돼’ 물어보면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얘기를 툭툭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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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

끝내 눈물을 보인 윤공주는 “그런 말들이 진짜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며 “정말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리곤 “장난도 잘 치고 동생이지만 의지할 수 있게 된다”며 “그래서 아무리 컨디션이 안좋고 힘들어도 공연 시작 전 ‘너랑 하는 부분은 잘 할 것 같아’라고 진심으로 말하게 된다”고 말했다.

◇작품을 대하는 치열함 깃든 윤공주의 아이다, 로맨틱한 모습만 다른 라다메스 최재림

“저도 아이다와 닮은 부분이 있겠지만 일부러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 안에도 리더십, 책임감 등이 분명 있고 그에 맞는 행동과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기는 해요.”

이렇게 전한 윤공주는 “몸짓이나 감정 등은 아이다로서 이해하고 표현하는 거지만 일부러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순간 집중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최재림이 윤공주와 아이다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짚었다.

“아이다가 극중 힘든 일을 많이 겪잖아요. 시작부터 끝까지 아이다한테는 힘들 고통과 고난을 이겨내려고 굉장히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은 공주 누나가 배우로서 작품을 대할 때의 치열함이 실제로 반영되는 것 같아요. 반면 공주로서 체득된 당당함들은 누나가 좀 만드는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곤 “워낙 겸손한 사람이라 어디서 드러내고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을 보탠 최재림은 스스로와 라다메스에 대해 “90%는 닮았고 10%는 안닮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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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

“모험을 좋아하는 활발한 모습이나 당차고 반항하는 모습, 아이다랑 장난치는 모습 등은 저랑 똑같아요. 거의 저로서 연기하는 느낌이죠. 닮지 않은 10%는 로맨틱한 부분인데 철저하게 계산하고 만들어요. 갈고 닦아서 만들어낸 허구의 라다메스죠.”

이어 “라다메스의 로맨틱함은 아이다를 위해 굉장히 이타적인 모습으로 누비아 사람들에게 전재산을 줘버릴 정도”라며 “그런 로맨틱함은 저에게 없다”고 부연했다.

“누군가를 위해 준비해서 짠~ 하는 걸 진짜 못해요.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못해서 거의 시도를 안하죠. 장난치고 다정한 건 누구나 연애하면 나오는 모습이고 저도 그렇긴 해요. 하지만 너무 헌신적으로 자신을 버리고 상대만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건 저랑 많이 다른 모습이죠.”

◇어른 아이다와 라다메스 윤공주·김우형, 청년과 아이 사이 전나영·최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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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중 라다메스 최재림(사진제공=신시컴퍼니)
“어른 아이다와 라다메스 윤공주·김우형, 날것의 아이 같은 아이다와 라다메스 전나영·최재림.”

윤공주와 최재림은 더블 캐스트로 공연 중인 아이다와 라다메스에 대해 “어른과 날내 나는 아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윤공주는 “우형이와는 많은 작품에서 파트너로 함께 하다 보니 잘 맞는다면 재림과 연기할 때는 좀더 액티브해진다”고 차이점을 전했다.

“저 또한 몸을 좀 더 액티브하게 쓰게 돼요. 재림 라다메스가 청년 혹은 소년 같다 보니 저 역시 말투나 리액션이 소녀와 숙녀 사이쯤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그렇게 돼서 재밌어요.”

윤공주의 말에 최재림은 “공주 누나가 자신의 행동을 좀더 절제할 줄 아는 아이다라면 (전)나영이는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이 명확하고 그 충만한 확신을 발산할 기회만 찾고 있는 아이다”라고 설명했다.

“나영 아이다는 실제 라다메스보다 어린 것 같고 공주 아이다는 한두살쯤 많거나 동갑 연인의 느낌이랄까요. 나영이랑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사랑을 확인하며 키스하는) ‘일래보레이트 라이브’(Elaborate Lives)를 연기할 때는 둘 다 야생 짐슴 같아요.”

그리곤 “요즘 공주누나도 굉장히 저돌적으로 변했다”는 최재림의 귀띔에 윤공주 역시 “또 그렇게 (상대 배우에) 물들어가나 봐요. 오는 만큼 반응하는 거죠”라며 웃는다. 이어 최재림은 ‘엘라보레이트 라이브’ 장면에서의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이 노래를 할 때는 워낙 가깝다 보니 마이크를 하나만 써요. 라다메스의 마이크는 끄고 아이다 마이크만 켜두죠. 라다메스들이 아이다들보다 키가 크다 보니 입이 바로 아이다 마이크 앞에 있어요. 그래서 아이다 볼룸에 맞줘 불러야 하죠. 연습실에서는 알게 모르게 합의한 거리가 있어서 문제가 없었는데 요즘은 너무 가까워져서 사운드 파트를 힘들게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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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사진제공=신시컴퍼니)

뮤지컬 ‘아이다’는 아이다와 라다메스를 비롯한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성장극이기도 하다. 철없이 사치와 향락에만 빠져 지내던 암네리스는 아이다를 만나고 라다메스가 그녀에게 빠져 드는 상황을 겪으면서 진정한 여왕으로서 자리매김한다. 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아이다와 암네리스의 연대, 손에 잡히지 않는 라다메스에 대한 애증, 갑작스러운 왕위 등극 등의 상황을 극복하고 성장한다.

“(정)선아 배우랑은 희한하게도 같은 작품을 처음 했어요. 처음 만나서 ‘우리 왜 이제 만났니’ 했어요. 잘 몰랐을 때는 되게 강할 줄 알았는데 너무 사랑스러워요. 그 성향이 암네리스로도 잘 보여지고 따뜻함이 느껴지죠.”

정선아의 암네리스에 대해 이렇게 전한 윤공주는 “무대에서만 보던 배우와 같이 연기하니 재밌다”며 “아이다와 암네리스, 두 공주가 잠깐 잠깐 함께 하는 장면들이 너무 좋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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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

“몇 마디 안하는데도 같은 공주로서 느껴가는 동질감이나 친구로서 알게 모르게 의지하게 되는 순간순간들이 너무 좋아요. (이)은혜(아이비)랑은 정말 많은 작품을 같이 했는데 볼 때마다 성장속도가 엄청나요. 3년 전에도 잘했지만 이번에는 철없던 공주가 단단해져 가는 과정을 확연하게 보여주더라고요. 너무 잘 표현해서 깜짝깜짝 놀라죠.”

윤공주의 말에 최재림은 “선아 누나가 진짜 잘사는 집에서 철없이 자라 자기밖에 모르는 부잣집 딸이라면 은혜 누나는 그냥 타고난 철없는 공주”라고 말을 보탰다.

“선아 누나의 암네리스가 주변에서 다 해줘서 당연하게 젖어들었다면 은혜 누나의 암네리스는 타고나기를 철없는 사람 같아요. 그래선지 똑같은 일로 똑같이 변하는데도 좀 달라 보이죠. 전혀 다른 성격의 철없는 두 암네리스 공주가 여왕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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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라다메스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

◇“내가 보내 줄 수 있어 다행이다” 뮤지컬 ‘아이다’

“저는 요즘 마지막 ‘일래보레이트 라이브’ 리프라이즈를 부르면서 감정이 몰려와요. 음악, 스토리, 무대 등이 너무 잘 만들어진, 마법 같은 순간이거든요.”

윤공주가 최근 가장 다가오는 장면으로 꼽은 ‘일래보레이트 라이브’ 리프라이즈는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암네리스의 명령으로 굴에 갇히는 것으로 시작해 현대에 환생해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까지를 담고 있다.

이집트의 유물을 전시한 현대의 박물관에서 시작하는 첫 장면과 연결되는 신으로 윤공주는 “현대박물관으로 다시 돌아와 암네리스가 노래하고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서로를 알아보는 마지막 여정까지가 너무 좋다”고 털어놓았다. 최재림은 “요즘 저는 비참함에 빠져 있다”며 웃었다.

“드레싱 룸에 찾아가 아이다와 얘기를 하기위해 암네리스에게 거짓 구애를 해요. 그때 아이다가 저(라다메스)에게 쏘아대죠. 현실의 애인이 저렇게 행동하면 어떻게 할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말문이 막힌 채 돌아서는 초라한 뒷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동시에 알 수 없는 설렘과 떨림, 흥분 등이 뭔지도 모르면서 아이다에게 다가가고 있는 저의 초라함과 비참함에 빠져 있죠.”

제작사 디즈니의 레플리카(모든 요소를 그대로) 공연 종료 선언으로 한국의 ‘아이다’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의 그랜드 피날레를 맞았다. 그 ‘아이다’를 윤공주는 “하늘이 준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최재림은 “기다림”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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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

“라다메스는 자신이 가진 열정과 에너지를 발산하기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동시에 그 환경이 못하게 막기도 하죠. 안됐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다를 만나면서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서로에게 얻어가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극 마지막 두 사람의 과거가 사라지고 환생한 각자 인물로 만나 다행이고 이제부터 행복하게 살겠구나 싶어서 되게 불쌍하면서도 부러운 사람들이죠. 그걸 맘껏 무대에서 연기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최재림은 “저도, 관객들도 많이 기다렸던 작품이어서 ‘기다림’이라고 생각한다”며 “저에게 라다메스는 뭔가를 하고 싶어서 내가 가진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는 아이”라고 말을 보탰다. 그 아이처럼 기다림 끝에 자신의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는 최재림에 윤공주는 

“아이다로 살면서 잘 버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 좀 힘들 수 있는 이 시기에 ‘아이다’가 버틸 수 있게 해주고 있어요. 작품도, 역할도. 이 작품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응원과 격려, 위로를 해주는 기운들이 느껴지기 때문에 제가 지금 버틸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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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왼쪽)과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

윤공주는 ‘아이다’의 그랜드 파이널을 함께 하는 데 대해 “아직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많이 안하려고 노력 중인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있는 것 같다”며 “마지막을 함께 한다는 자부심과 소중함을 최대한 누리면서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끝은 오니까 지금은 이 순간 최선을 다해, 나중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최재림 역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이다’를 함께 하는 마음을 “영광이고 다행”이라고 표했다.

“한국에서 역사 깊은 뮤지컬이고 가장 하고 싶은 작품을 생각보다 더 재밌게 하고 있어서 좋아요. 마지막에 합류한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 해서 보내주고 싶어요. 제가 보내줄 수 있어서 다행이고 영광이에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