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남겨짐’ 과 작은 행복 그리고 따뜻한 겨울맞을 채비…연극 ‘메모리 인 드림’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11-27 17:15 수정일 2019-11-27 17:19 발행일 2019-11-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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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유령을 잡아라’, KBS2 ‘1박 2일’ 시즌 4 등의 배우 김선호 무대 복귀작 연극 '메모리 인 드림'
배우 출신 오인하 작·연출, 오의식·박은석·김선호, 강연정·서예화, 이이림·조원석, 고애리·오세미 출연
연극 메모리 인 드림
연극 ‘메모리 인 드림’ 출연진. 왼쪽부터 이든 역의 김선호·오의식, 앨리스 서예화, 앨런 오세미·고애리, 유진 이이림·조원석(사진=허미선 기자)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앨리스의 꿈에 살고 있는 이든이 매력적이었어요. 대화, 사실적 싸움, 앨리스와 흘러가는 시간들 등 꿈과 과거를 오가는 모습이 욕심났어요.”

tvN 월화드라마 ‘유령을 잡아라’에서 수사반장 고지석으로 문근영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다 곧 시작될 KBS2 ‘1박 2일’ 시즌 4 출연을 확정한 배우 김선호는 연극 ‘메모리 인 드림’(2020년 1월 19일까지 대학로 해오름 예술극장)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8일 대학로 해오름 예술극장에서 열린 ‘메모리 인 드림’ 프레스콜에 참석한 김선호는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라고 무대 복귀 이류를 덧붙이기도 했다.

연극 ‘메모리 인 드림’은 배우 출신의 오인하 작·연출작으로 남편 이든(김선호·박은석·오의석, 이하 가나다 순)의 죽음으로 두문분출 피폐해져 가는 앨리스(강연정·서예화)의 이야기다. 잃고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미술관 큐레이터 앨리스의 성장 과정에는 밴드 활동과 더불어 택시를 운전하는 남편 이든을 비롯해 두 사람의 친구인 유진(이이림·조원석), 앨런(고애리·오세미) 등이 동행한다.

메모리 인 드림 김선호
연극 ‘메모리 인 드림’ 이든 역의 김선호(사진=허미선 기자)

“연극을 너무 하고 싶었고 앞으로도 당연히 할 생각이었어요. 사실 (오인하 작·연출은) 연극할 때부터 친했어요. 대본은 이미 알고 있었고 시기도 너무 좋아서 제가 할 수 있다면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일정은 어려움 없이 잘 조율됐어요. 연극 시작 전과 끝난 후 연기든, 작품이든, 개인의 일이든 서로에 대해 얘기하면서 배우로서 힐링이 됐죠. 연극을 하면서 잠시 잊었던 것,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도움을 받았어요. (공연기간은) 짧지만 소소하게 즐겁고 행복해요.”◇‘남겨짐’ 그리고 희망

“동생(오인하)이 작가가 되기 전 혼자 글 쓰고 음악 만드는 걸 좋아할 때 끄적거리면서 써둔 글이었어요. 제가 우연히 컴퓨터에서 본 글인데 그럴싸해서 ‘정식으로 글 쓰는 걸 해보지 않겠니’ 제안했던 계기가 됐어요. 저희 형제에게는 의미 있는 텍스트여서 꼭 참여하고 싶었죠.”

이든 역의 배우이자 오인하 작·연출의 형이기도 한 오의식은 “막 연극을 하고 싶었던 시기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연극을 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연극 ‘메모리 인 드림’ 대본을 처음 접하게 된 에피소드를 전했다.

오인하 작·연출은 “어른이 되면서 아끼는 사람이 돌아가시거나 떠남으로 인해서 ‘남겨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며 “문득 (남겨지는) 과정 속에서 기억이 미화되면 추억이 되고 망상이 미화되면 꿈이 아닐까 싶었다”고 집필동기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많은 상상을 하면서 떠나간 사람을 추억하지만 버티는 건 남겨진 사람이잖아요.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현실 속에서 많은 의미를 찾으면서 살아내야 하죠. 앨리스를 통해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무너지는 것조차 현실임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어 연출 의도에 대해서는 “꿈과 현실의 괴리를 많이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이에 암전도 잦고 빈 캔버스와 풍경 그림으로 장면 전환도 된다”고 덧붙였다.

“꿈에서 대사나 상대 배역으로 인해 느껴지는 것들을 정서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지고 갈지,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 배우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반대로 매우 현실적인 싸움과 대화 통해서는 네 사람의 상태를 보여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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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메모리 인 드림’ 출연진. 왼쪽부터 이든 역의 오의식, 앨리스 서예화, 이든 김선호(사진=허미선 기자)

‘메모리 인 드림’에서 유진을 연기하고 있는 이이림은 음향 디자이너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이림은 “연출이랑 음향·음악 작업을 같이 하다 보니 대본 이해도가 높아졌다. 배우만 할 때는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단점도 있어요.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기 전에 리듬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한데 음향 셋업을 해야하다 보니 정신이 없어요. 게다가 공연을 하다가 음향 실수가 나오면 연기하다가 너무 당황하게 되기도 하죠.”

오인하 작·연출은 “유독 이 작품 준비하면서 부침을 겪는 배우들이 있었다”며 “아픔을 마주하고 후회하는 것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의 메시지를 전했다.

“물리적으로 따뜻할 수는 없는 겨울이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남겨질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 남겨짐에 대비할 수 있는, 따뜻한 겨울이 되면 좋겠어요. 소중한 사람들, 곁에 있는 사람드을 사람들 한번 더 생각하는 작품이길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