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반등 어려운 3가지 이유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9-08-28 16:40 수정일 2019-08-28 18:04 발행일 2019-08-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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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환경 악화 “국내지본 나가고 외국선 안들어오고”
증시 찬 바람…7월 외인 보유 잔고 한 달 새 20조 줄어
유동성 풍부한데 돈맥경화, 마이너스 금리 시대 오나?
현대자동차 2분기 실적 2년 만에 최고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자동차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에 반등기미가 없다. ‘내리막’만 남은 모습이다. 징후는 뚜렷하다. 해외 자본이 한국에 투자하기 꺼리는 가운데 국내 자본은 해외로 나간다. 기업 환경이 나쁘니 주가도 출렁거린다. 일부 국가가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접어들었고, 우리도 이런 시그널이 나타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FDI) 신고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3% 감소한 98억7000만달러(11조6000억원)다. 실제 집행 기준으론 45.2% 감소한 56억1000만달러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 직접투자(ODI)는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올해 1~3월 해외 직접투자 금액은 141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44.9% 늘었다. 역대 가장 많은 분기별 투자액이다. 증가율로는 2017년 1분기(62.9%) 이후 2번째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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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 급감한 국내 투자와 대조된다. 1분기 국내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줄었다. 전 세계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9년 1분기(-19%)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59개 대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계열사 중 보고서를 제출한 353곳의 올 상반기 투자액을 조사한 결과 총 36조865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7조8976억원)보다 23.0%(11조330억원)이나 줄어든 수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으로 삼성, SK, LG가 투자를 대폭 감축한 게 결정적이다.

외국인은 한국 증시를 외면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상장증권 보유 잔고가 한 달 새 20조원 가까이 줄었다고 최근 밝혔다. 주식 보유 잔고가 16조6000억원, 채권은 4000억원 감소했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주가 흐름을 보면 이미 피크가 지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소비심리는 최악이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니 어쩔 수 없다. 가격이 앞으로 더 떨어질텐데, 지금 당장 필요한 것 아니면 사지 않는 게 당연하다.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이 되면 경기는 걷잡을 수 없이 침체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시장금리 하락이 이를 잘 보여준다. 소비자들이 돈 쓰기를 미루면 우리나라에서도 마이너스 금리가 나올 수 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