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일(克日)' 위한 소재·부품 국산화 위해 기술경쟁력 강화·경영환경 개선 '급선무'"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9-08-12 17:19 수정일 2019-08-12 17:22 발행일 2019-08-1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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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전경련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서 한목소리
공급구조 일시적 변화 어려우므로 R&D 투자 활성화와 일본 수준으로의 화평법 개선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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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사진=박종준 기자)

국내 민간 전문가들은 지난달 초, 일본의 반도체 소재 관련 수출규제를 기점으로 격화되고 있는 한일 간 ‘경제전쟁’에서 기업 및 반도체 등 주력 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궁극적인 ‘극일(克日)’의 방안으로 국내 소재 부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일본의 경제도발을 막아내고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 강화와 경영환경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등 전문가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연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 논의는 글로벌 무역구조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돼야 한다”며 이 같이 입을 모았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관련 수출규제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 “눈 앞에 거대한 산불이 났는데 정부는 ‘산불 진화용 대형 헬기를 개발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 소재 부품산업계는 ‘비상상황’인데, 이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한국 소재 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원 부족국가로서 필요 소재를 수입해야 하므로 완벽한 국산화는 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일본 수출규제의 대상인 고순도 불화수소의 탈일본화는 중국산 저순도 불화수소 또는 형석과 황산 수입의 증가를 의미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소재 및 핵심 부품의 대일의존도 감소하고 있으나, 일본의 고부가가치 기술을 단기간에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렸다.

한일 소재부품산업은 자유무역을 통한 무역증대효과가 한국과 일본에 각각 368억 달러, 331억 달러로 총 698억 달러 규모에 이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교역에서 10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나타낸 한국 소재부품산업은 여전히 생산기술의 차이로 일본에는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대일 소재부품 적자는 2000년 103억 달러에서 2010년 242억 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지난해 151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는 기술격차 감소와 쌍방향 분업구조 정착으로 인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심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이홍배 교수는 일본 소재·부품 산업이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소재ㆍ부품 산업은 중기술 개발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교수는 또, 10년 안에 한국의 기술 수준이 일본의 99.5%까지 높아져도 남은 0.5%의 차이가 일본의 핵심 경쟁력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 유럽 등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화평법을 일본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일 소재부품 산업 격차의 원인으로 화학물질 평가 및 관리 규제의 차이도 거론됐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정책학과 특임교수는 “화학물질 평가 규제 강도가 일본, 미국, EU, 한국 순으로 일본과 한국이 극명히 대비된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또, 안전 외에도 산업의 발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화평법과 화관법에서는 기업에게 평가 책임을 부과하고 있어 비슷한 평가를 반복하고 있으며, 민간은 지적재산권 문제로 EU의 평가결과를 활용할 수 없어 국력이 낭비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곽 교수는 관련 법률의 전면 재정비와 화학물질 규제를 일본 수준으로의 완화를 주장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