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전쟁] 日, 반도체만 콕집어 공격?… 추가 지정 ‘일단 멈춤’

지봉철 기자
입력일 2019-08-07 14:10 수정일 2019-08-07 16:25 발행일 2019-08-08 3면
인쇄아이콘
일본,
일본, ‘백색국가서 한국 제외’ 시행령 관보 게재…정식 공포 (연합)

일본이 7일 예정대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지만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확전을 피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1차 리스트 규제 품목으로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개별허가 대상으로 돌린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수출무역관리령의 시행세칙인 ‘포괄허가취급요령’을 공개했는데,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한국만을 타깃으로 개별허가를 강제하는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이 요령은 1100여개 전략물자 가운데 어떤 품목을 개별허가로 돌릴지 구체적으로 규정해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한국 기업의 추가 피해 규모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 정부는 이 가운데 국내 사용이 미미한 품목 등을 제외하고 159개 품목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한 상태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개별허가 대상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음에 따라 일본의 수출 규제로 당장 영향을 받는 기업은 일단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피해규모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기조는 사실상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수출 규제 3개 품목에 대한 대체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무역협회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중재와 국제사회의 비우호적 여론을 감안해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일 수 있다”며 “일본이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 등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기업 등이 군사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오는 28일부터는 3년간 유효한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되는 등 수출 절차가 한층 까다롭게 된다. 개별허가를 받게 되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90일 안에 수출신청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데,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킬 수도 있고 막판에 제출 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한국 기업을 괴롭힐 수 있다. 특히 군사전용과 관련해 ‘의심되는 경우’, ‘관계자’ 등의 모호한 기준을 내세우면 식품·목재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 기업이 아닌 소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중소기업은 사실상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악영향을 받을 우려도 여전하다. 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과 거래하던 한국 기업들은 종전과 똑같이 3년 단위 포괄허가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100여개 품목을 모두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하기보다는 기업이나 품목에 따라 일본 정부가 규제를 다르게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불확실성 증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