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컵 우승 박항서, 한-베트남 민간외교 톡톡 “대한민국도 사랑해달라”

김민준 기자
입력일 2018-12-16 09:33 수정일 2018-12-16 15:23 발행일 2018-12-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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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모형피켓 들고 환호하는 하노이 시민
15일 오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이 열린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 밖에서 하노이 시민들이 박항서 감독 모형피켓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연합)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가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동남아시아의 축구 강국으로 거듭났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1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맞아 전반 초에 터진 결승골을 잘 지켜 1-0으로 신승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1, 2차전 합계 3-2로 우승하며 우승상금 30만 달러까지 챙겼다. ‘동남아시아의 월드컵’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이 우승한 것은 지난 2008년 대회 이후 무려 10년 만이다.

박항서 호는 특히 조별리그 3승 1무에 이어 준결승 1, 2차전(필리핀)에서 2승, 그리고 결승 1, 2차전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8경기 무패(6승2무)의 기록으로 ‘무패 우승’이라는 성과도 이뤄냈다. 아시아 변방 축구를 아시아 중심으로 이근 박항서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역대 첫 준우승으로 베트남을 발칵 뒤지어 놓더니 곧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역대 첫 4강 진출을 쾌거를 이뤄냈다. 그리고 이번에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까지 거머쥐면서 박 감독은 명실상부한 베트남 축구의 영웅이 되었다.

베트남 스즈키컵 우승<YONHAP NO-1388>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승리해 우승한 베트남 대표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

베트남은 이날 전반 6분 만에 베테랑 응우옌 안둑이 응우옌 꽝하이의 크로스를 환상적인 왼발 발리슛으로 성공시키며 기세를 올렸다. 결승골을 도운 팀의 에이스 응우옌 꽝하이는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어 아시아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꽝하이는 이번 대회에서 3골 2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첫 골 이후 코너에 몰린 말레이시아는 내내 줄기파게 역습을 노렸으나 베트남 수비진의 효과적인 협력수비와 육탄 방어에 번번히 기회를 날려 버렸다.

베트남에 10년만의 스즈키컵 우승을 선물한 박항서 감독은 성원해 준 베트남 국민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달라고 말해 진한 감동을 주었다.

박항서 경기 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최근 두 달 동안 우리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선수들을 추켜 세웠다. 이어 “선수들과 코치들, 우리를 응원해주신 모든 베트남 국민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그라곤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달라”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도 한국에서도 이날 결승 경기를 생중계할 만큼, 한국 국민들이 베트남과 베트남 축구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다며 박 감독의 이 말을 크게 보도했다.

박 감독은 특히 “축구 지도자라는 조그마한 역할이 조국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우호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영광스럽다”며 두 나라 간 민간 외교 역할을 다한 것 같다며 감격해 했다.

한국에서도 시청률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여줬다는 기자들의 말에 그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8 AFF 스즈키컵까지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것에 너무나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 국민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너무 행복하게 즐겁게 일하고 있다. 선수들과 생활할 때가 가장 즐겁다”면서 “오늘 일(스즈키컵 우승)은 내 지도자 생활 중에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전했다.

김민준 기자 sport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