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자본확충하는 보험사들…금융당국 “현금 투입” 강조

홍보영 기자
입력일 2018-06-03 11:06 수정일 2018-06-03 11:06 발행일 2018-06-0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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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생명·손해보험 8개사 4조원 발행 전망
보험사들이 빚을 내 자본을 확충한 규모가 지난해 4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강화·금리 상승에 대비해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3개 생명·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3조51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영구채권)을 발행했다. 후순위채와 영구채는 일정 규모까지 자본으로 인정된다.

발행 규모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6650억원(후순위채 5210억원, 신종자본증권 1440억원)의 약 5.3배에 달한다. 2015년 후순위채는 2630억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발행이 급증한 데는 자본·회계기준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 오는 2021년 ‘국제회계기준(IFRS) 17’이 도입되면 보험사들은 보험부채(보험금)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이에 따른 리스크를 반영한 새로운 보험금 지급여력제도(K-ICS)도 시행된다.

IFRS 17과 K-ICS 시행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험부채를 과거보다 늘리는 만큼 자본도 확충해야 한다.

이에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가리지 않고 보험사들이 앞 다퉈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올해 발행액은 최대 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미 8개 생·손보사가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마쳤거나 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메리츠화재가 후순위채 1000억원을 발행했다. 같은 달 한화생명은 신종자본증권 1조700억원을 찍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에도 50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KDB생명은 지난달 214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후순위채도 연내 발행할 계획이다.

신한생명은 이달 중 최대 2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롯데손해보험도 지난해 11월 900억원에 이어 이번 달 600억원의 후순위채로 자본을 더 끌어 모은다. 교보생명은 7월 중 최대 1조700억원, 현대해상은 3분기 중 최대 7490억원, 동양생명은 하반기 중 53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후순위채든 신종자본증권이든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오는 ‘빚’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의 경우 자산운용 수익률을 웃도는 조달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법적으로 허용된 한도에서 발행되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방식의 자본 확충보다는 ‘현금 투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익 잉여금을 배당으로 돌리지 않고 쌓는 내부유보 다음으로 대주주 등의 유상증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최고경영자와 재무책임자들에게 여러 경로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홍보영 기자 by.hong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