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이라고는 구부러진 창, 낡은 갑옷, 늙고 비쩍 마른 말 뿐이다. 그럼에도 무모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고 못할 것이 없었다.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풍자소설 속 라만차의 ‘돈키호테’는 유쾌하며 이상향과도 같은 미치광이다.
그의 이야기는 동명 영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등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변주되곤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돈키호테’에게서 사람들은 희망을, 낭만을, 정의를 그리고 꿈과 인간적 가치를 보곤 한다.
그런 ‘돈키호테’의 기행과 행보를 담은 동명 소설의 정편 52장, 속편 74장에서 건져 올린 지혜의 글귀를 담은 책 ‘돈키호테의 말’이 출간됐다.
저자는 ‘돈키호테’를 완역한 번역가 안영옥 교수다. 그는 촌철살인과도 같은 돈키호테의 일갈, 산초와 나눈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버무려 지금을 살아가는 지혜를 제시한다.
현실의 벽이 높고도 험하다 느껴지거나 소품으로 전락한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복귀하고자 할 때 혹은 나 다운 삶이 간절해진다면 미쳐도 좋다. 누군가 손가락질하고 무모하다 욕해도 결국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삶이지 않은가.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