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공략에 나선 기업들… 정작 정부는 '무관심'

이은지 기자
입력일 2018-02-07 14:06 수정일 2018-02-07 14:53 발행일 2018-02-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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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ISE2018 (2)_더 월 프로페셔널
삼성전자 ISE2018에서 더 월 프로페셔널 선보였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국내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무관심하며 오히려 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7일 광고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사이니지가 기존 옥외광고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신사업 분야이지만 정작 국내는 과거 옥외광고법에 머물러 있어 기업들이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시장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국OOH광고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광석 남서울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디지털 사이니지 기술을 확보한 상태지만 규제로 인해 제대로 기술을 선보이고 있지 못하다”며 “이로인해 광고시장 위축은 물론 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컴퓨터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지하철, 공항, 병원, 호텔 등 공공장소에서 특정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광고판이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규모가 193억달러(약 21조3893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314억 달러(약 34조2322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래 유망 산업으로 거론되고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18’에서 차세대 전략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까지 디지털 사이니지를 비롯한 B2B 사업 비중을 사업부 전체 매출의 3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고 LG전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를 ID(정보디스플레이) 사업부장으로 전진 배치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보에 비해 정부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그저 대형옥외광고로 인식하는 등 신산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광석 교수는 “정부는 4차 산업 시대를 대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AR·VR·드론 등 분리해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며 “AR·VR을 위해서는 디스플레이가 필요하지만 국내에서 옥외광고법에 발목 잡혀 그저 실내에서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사이니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광석 교수는 “디지털 사이니지는 행정안전부가 규제를 풀어줘도 서울시, 국토부 규제 등 각 부처에서 막혀있는 법들이 있어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정부부처가 협력해서 논의가 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jel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