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의 원작소설과 대본집이 연이어 출간돼 드라마 팬들을 기대케 하고 있다. 대본집은 영상으로 압축된 장면이나 복선, 인물의 감정변화와 복잡한 인간관계를 파악할 수 있어 원작의 이해도를 높인다. 또 원작 소설을 통해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를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7월 30일 종영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은 8월 11일 대본집을 출간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비밀의 숲’은 예약판매 기간 동안 초판 8000세트가 완판됐고 판매 직후 분야 베스트 1위에 올랐다. 판매 두달째인 지금까지 꾸준히 판매 상승세를 보이며 분야 베스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신인 작가 이수연씨는 자신의 첫 드라마인 ‘비밀의 숲’에서 정치권력에 휘둘린 검사의 현실을 꼬집는 대사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대본집에서는 드라마 제작 과정상 편집되거나 생략된 내용까지 공개됐다. 대표적인 예가 16회 황시목(조승우)과 한여진(배두나)이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신이다.
감정을 잃은 황시목이 한여진 앞에선 유난히 편한 모습을 보이는 이 장면은 드라마 열혈 팬들 사이에서 “배우들의 애드리브로 탄생한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대본집에 실려있어 ‘애드리브’가 아닌 작가의 의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북로그컴퍼니 관계자는 “드라마에서 작가가 숨겨놓은 장치가 워낙 많고 인물들의 대사가 압축적인 편이라 대본집을 통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상류층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JTBC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는 소설로 출간된다. 이 드라마는 대본을 집필한 백미경 작가가 실제 한 중견기업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소설은 “내가 죽었다”는 박복자(김선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드라마와 달리 객관적 3인칭 관찰자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더불어 드라마에 채 다 담지 못한 인물들의 갈등과 에피소드, 방송에 표현되기에 다소 부적합했던 장면들도 공개된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실제 범인은 드라마와 동일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JTBC 관계자는 “일부 배우 인터뷰에서 박복자를 죽인 범인이 드라마와 소설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책에서도 동일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방송돼 2030 여성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최근 시즌2가 방송 중인 드라마 ‘청춘시대 시즌1’도 대본집을 발간한다. ‘청춘시대’는 드라마 ‘연애시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집필한 박연선 작가의 작품으로 각양각색 20대 여성들의 평범한 일상을 한폭의 수채화처럼 잔잔한 톤으로 그려냈다. 드라마에서는 88만원 세대의 삶을 살아가는 취준생과 모태솔로 대학생,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가 하면 당당히 매춘을 즐기는 4명의 20대 여성의 삶이 그려졌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