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5000년 젓가락 역사의 집대성 '젓가락'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7-05-26 07:00 수정일 2017-05-26 08:16 발행일 2017-05-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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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DOC의 노랫말처럼 젓가락질을 잘해야만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어른들의 이야기처럼 젓가락질을 제대로 해야 머리가 좋은 것일까. tvN ‘윤식당’의 외국인 손님들이 “나도 한번 사용해보겠다”며 도전한 젓가락은 언제, 어디서부터 사용된 산물일까. 

무려 5000년의 역사를 지닌 젓가락의 기원과 이에 따른 음식문화를 분석한 의미있는 책이 발간됐다. 신간 ‘젓가락’은 중국계 미국인 Q. 에드워드 왕 로완대 교수가 한중일 고전을 두루 살펴 젓가락 문화권의 형성과정을 한눈에 꿰뚫은 ‘젓가락 문화사’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젓가락을 사용하는 동북아 지역 음식문화의 변화를 분석했다. 아울러 젓가락 사용이 아시아 지역의 조리법과 영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젓가락 사용국가의 숨겨진 젓가락 문화까지 세세하게 파악했다. 음식 문화를 깊이 있게 다룬 책은 많지만 식사도구를 탐색한 기록은 적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는 남다르다.

전세계 젓가락 인구는 약 15억명으로 추정된다. 중국, 한반도, 일본 열도, 동남아시아 특정지역과 몽골 스텝, 티베트 고원지대에 이르기까지 젓가락 문화권으로 분류되며 아시아 음식의 인기에 따라 젓가락 사용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손을 사용하는 태국과 네팔도 젓가락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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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따비

이 젓가락을 최초로 사용한 나라는 중국이다. 최초의 젓가락은 식사도구가 아닌 조리도구였다.

저자는 북중국의 춥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음식을 뜨겁게 끓여서 먹게 되면서 젓가락이라는 조리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있다. 

고기와 채소를 미리 자른 후 국물과 함께 끓여서 건져 먹기 위해 젓가락이라는 식사도구가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재료를 집어 옮기고 휘저어 섞고 조리 중인 음식을 집어서 상태를 살피기 위한 도구라는 얘기다. 

지난 1993년 중국 장수성 신석기 유적지 롱치우장에서 발견된 동물뼈로 만든 각종 도구 중 가느다란 뼈막대 42개가 최초의 젓가락으로 추정된다. 이 뼈막대들은 기원전 6600년에서 기원전 550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조리도구였던 젓가락은 당초 숟가락에 밀려 밥상에서 사용되지 못했다. 젓가락이 식사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한건 남중국에서 점착성이 있는 쌀밥을 먹기 시작한 뒤다. 온전히 젓가락이 주된 식사도구로 사용된 건 밀가루 음식, 즉 국수와 만두가 중국에서 대유행을 하면서부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젓가락을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한국도 마찬가지로 숟가락을 먼저 사용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젓가락은 6세기 초 삼국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청동 젓가락이다. 이는 백제 무령왕 무덤에서 출토된 것이다.

중국이 대나무 젓가락을 주로 사용한데 반해 한국은 금속 젓가락이 많았는데 이는 야금술이 발달했고 금, 철, 구리 매장량이 풍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역자는 ‘옮긴이의 글’에서 저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우리 역사문헌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가운데 나온 추정”이라고 보고 우리 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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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을 사용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주장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이는 ‘젓가락 문화권’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일본 작가 이시키 하치로가 젓가락 사용을 위해서는 두뇌와 손이 조화를 잘 이뤄야 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두뇌발달, 특히 어린이의 지능향상에 큰 도움을 줬다고 주장한데서 따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평생 젓가락질을 계속하면 늙어서 손관절이 퇴행성 골관절염에 걸릴 위험도 높다고 주장한다.

젓가락을 뜻하는 영어 ‘찹스틱스’(Chop sticks)는 어디서 왔을까. 이 단어는 17세기 남중국을 여행한 피터 먼디가 영어 스틱스(Sticks)와 광둥어로 빠르다는 듯의 접두사 ‘촙’(Chop)을 더해 만든 것이다.

이외에도 책에서는 젓가락의 은유와 상징, 각 나라별 젓가락 사용 방식과 예절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다뤘다. 같은 젓가락을 사용하지만 각 나라별 상이한 문화와 역사가 이책에 대한 흥미와 집중을 더한다. 2만 2000원.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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