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N포 세대, 혼자 하는 것이 편해진 시대의 결혼 그리고 사랑 담은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의 사랑법'과 '결혼시장'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6-11-11 07:00 수정일 2016-11-11 07:08 발행일 2016-11-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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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혼밥, 혼술, 혼행, 혼놀, 고독력 등이 화두로 떠오른 비혼 시대를 읽는 두 개의 시선 
독일의 인기 칼럼니스트이자 스스로가 시대현상인 미하엘 나스트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의 사랑법'
법학자 준 카르본 나오미 칸의 '계급, 젠더, 불평등 그리고 결혼의 사회학-결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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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것이 점점 많아지는 N포세대의 시작은 3포, 연애·결혼·출산의 포기였다. 청년 실업률 9.4%(9월 한달, 12일 통계청 발표)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저성장의 시대, 비혼족, 저출산, 1인가구 등이 빠르게 증가해 9월 주민등록상 1인가구 비율은 34.8%(총 세대수 2121만4428 중 1인 세대 738만8906, 행정자치부 발표)까지 치솟았다. 

SNS에는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혼놀’(혼자 놀기) ‘고독력’(고독에 견디는 힘) 등 ‘혼자’ 하는 것에 대한 용어가 느는가 하면 그에 대한 장점을 찾고 현상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 어느 나라나 겪고 있는 이같은 현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결혼’과 ‘혼자’를 소재로 한 책 두 권이 출간됐다. 독일의 젊은 인기 칼럼니스트 미하엘 나스트의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의 사랑법’과 미국의 법학과 교수 준 카르본·나오미 칸의 ‘계급, 젠더, 불평등 그리고 결혼의 사회학-결혼시장’(이하 결혼시장)은 묘하게 닮은 듯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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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의 사랑법’ | 미하엘 나스트 지음 | 북하우스 출간 | 1만 4000원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의 사랑법’은 정확한 통찰력과 분석력으로 시대를 꿰뚫는 칼럼니스트가 전하는 시대현상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연애경험, 지인·친구들과의 만남 및 대화로 심리를 꿰뚫는다. 간혹 회상하고 대화하면서 연상되는 스위스 작가 막스 프리쉬, 칼 라거펠트, 에리히 프롬 등 저명 인사들의 한마디에 대한 생각 역시 그와 요즘 사람들을 닮았다. 

스스로가 시대 현상이 되는 작가의 문체는 솔직하고 담백하며 유쾌하다. 

경험의 나열처럼 보이지만 ‘완벽한 사랑에 대한 환상’, ‘일이라는 전쟁터, 나는 지금 어디쯤’, ‘철들기 싫은, 서른은 새로운 스물이다’, ‘거짓과 진실, 우리의 일상’ ‘나를 더 새롭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파트 제목 아래 서술된 이야기는 순차적으로 현상을 짚어내고 분석하며 미래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제목이 마음에 들거나 그저 무심히 편 페이지의 에피소드를 읽어도 별 문제는 없다.

미하엘 나스트가 전하고자 했던 시대 현상과 그에 대한 분석만큼이나 책은 자유롭고 유연하게 읽히도록 구성됐다. 파트 제목과 그 아래 리스트업된 소제목만으로도 ‘왜 혼자가 더 편하다’고 하는지,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의 심리 등이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내 이야기이며 혹은 내 친구의 이야기라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떠오르는 질문들,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우리의 일은 얼마나 가치 있는가, 작가 혹은 그 지인의 상황이라면 난 어떻게 했을까, 난 혼자가 얼마나 편한 사람일까…. 출간 즉시 독일 아마존 심리 베스트 1위의 위력은 괜한 것이 아니다. 

BOOK_결혼시장
결혼시장 계급, 젠더, 불평등 그리고 결혼의 사회학 | 준 카르본 , 나오미 칸 지음 | 시대의 창 출간 | 1만 8500원

반면 미네소타 대학과 법학과 학과장이자 예일대학교 문화 인지 프로젝트 일원인 준 카르본과 조지워싱턴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오미 칸이 쓴 ‘결혼시장’은 보다 논리적이며 냉철하다. 

대물림되는 불평등, 계급, 혈연 등을 바탕으로 결혼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했다. 미국은 변하고 있지만 계급마다 다른 변화를 보지 않으면 그 어떤 미래도 대비할 수 없다고 주창한다.

1부 ‘가족이라는 퍼즐’과 2부 ‘새로운 조건’에서는 학력과 성별에 따른 결혼,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고 변화에 따른 해결책까지를 제시한다.

불평등은 엘리트냐 아니냐, 남녀로만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다. 가족법의 불평등 현상에서 바라본 양육의 불평등 등의 현상을 3부 ‘불평등의 합법화: 계급에 따라 다른 가족법의 의미’에서, 불평등으로 무너진 사회와 가족의 재건을 위한 고용문제, 기업 문화, 가족문화, 섹스문화 등을 4부 ‘사회 재건하기: 불평등과 계급 그리고 가족’에서 다루고 있다.

원인을 알고 인정하면 문제는 해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혼사회’는 결코 결혼의 좋고 나쁘고를 단정짓지 않는다. 혼자 살라고 독려하지도 않는다. 과거를 통해 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분석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결국 두 책은 결혼의 포기, 비혼율, 초혼 연령 등은 상승하고 출산률은 감소하는 현 세태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해결책을 담고 있는 셈이다. 미하엘 나스트의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의 사랑법’이 결과이자 현재라면 법학교수들의 ‘결혼시장’은 원인이며 과거이자 미래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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