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노조 자구계획 저지 투쟁, 공멸하자는 건가

사설
입력일 2016-06-08 15:50 수정일 2016-06-08 15:51 발행일 2016-06-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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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 노조들이 회사의 자구계획에 반대하는 상경투쟁에 나섰다. 중소 조선사 노조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연대한 ‘조선노련’은 어제부터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집회 및 릴레이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조선사들이 고강도 인력감축 내용을 담아 채권은행의 잠정승인을 받은 자구계획 실행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람 줄이는 식의 정부주도 구조조정 반대와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대주주의 사재환원 등을 주장하면서 최고경영진 퇴진을 요구하고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다. 지금 조선업체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어느 때보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임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의 감축 또한 불가피하다. 뼈를 깎는 각오로 노사가 합심해서 구조조정에 전력을 다해도 경영정상화를 이뤄낼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 절벽’으로 수주잔량에서 일본에까지 밀릴 위기다. 그제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발표한 5월말 수주잔량에서 한국은 2554만CGT로 일본의 2228만CGT에 턱밑까지 쫓긴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조선산업이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되찾은데 힘입은 것이다. 우리 조선업계는 지난 1999년말 이후 17년동안 일본을 앞서 왔다.

지금 조선사 최고경영진들은 일감을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해 선박박람회가 열리는 그리스로 날아가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조가 회사의 자구계획 마저 거부하는 것은 함께 망하자는 얘기 밖에 안된다.